매일신문

'요리하는 아빠'늘고 있다

'경상도 아빠'들이 달라진다.

'남자는 바깥일, 아내는 집안일'로 이분화된 성역할을 배웠던 경상도 아빠들이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직장생활과 가사를 병행하는 변화의 기운을 보이고 있다.

맞벌이를 하거나 해외 유학중인 아내를 돕거나 혹은 취미가 있어서 가사·육아 분담에 나서는 '부드러운 아빠'들이 '젊은 아빠'일색은 아니다.

'아빠(남편)는 나의 영웅'임을 외치게 만드는 인간미 넘치는 아빠들은 대부분 신세대 아빠들이지만 의외로 연세 지긋한 아빠도 섞여있다.

경대 병원 요리동호회를 맡고 있는 조영래교수(47·산부인과). 부인암을 전공한 조교수는 40여명의 경대병원 요리동호회원들과 함께 김장을 담가 식구들을 즐겁게 해주고, 무료급식소도 찾을 계획이다.

대구시종합복지회관 남성요리연구반(656-3965)에서 요리를 배운 김도완씨(36·대구지하철본부)도아내를 위한 생태찌개, 자녀를 위한 전골라면을 일품요리로 꼽을 정도의 솜씨를 자랑한다.서양화가 손문익씨(49)의 자녀들은 "찌짐이면 찌짐, 라면이면 라면, 아빠가 해주시는 것은 뭐든맛있다"고 자랑할 정도이다. 당근은 싫어하지만 아빠가 꽃모양으로 라면에 썰어넣은 당근은 모두잘 먹고, 쫄깃한 맛의 '아빠 닭백숙'은 친구들에게 자랑거리 제1호이다.

"감자하나로 스무가지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손씨는 "가사에 대해 종전과 같은 보수적인 생각은금물"이라고 말한다. 교편을 잡는 아내를 돕기 위해 시작한 요리의 재미에 곧 빠져든 손씨는 "요리는 맛도 중요하지만 장식도 중요하다"는 요리관을 갖고 있다.

똑같은 요리를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메뉴를 창조하기를 즐기는 손씨는 이제 취미가 요리 예술로바뀐 경지에 이르렀다. 동료 화가들도 그가 황기·뽕나무잎·도라지등 부재료를 바꿔가며 한번씩 맛보이는 닭백숙의 황홀한 맛에 매료돼버렸다. 손씨는 고2·3 자녀들의 아침도시락 반찬도 챙겨준다.

대구도시가스에 근무하는 정찬강씨는 대구여성의 전화에서 발행하는 '쉼터'지에 2년째 육아일기를 쓴다. "자녀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니 참 재미있고, 새삼 많은 것을 깨닫는다"는 정씨는 "가부장문화가 강한 경상도에서 육아나 가사는 아내의 몫으로 여기며 거들떠 보지도 않으려는 경향이 유난히 강하다지만 속마음을 의외로 따뜻하다. 단지 표현력이 부족할 뿐"이라고 말한다.대구시여성회관, 대구시종합복지회관, 대구시여성단체협의회 등에서는 맞벌이부부의 증가와 달라지는 가정내 역할분담론에 발맞추기 위해 '남성학 강좌' '부부학 입문' '아빠 교실'등을 기획하고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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