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원 환자들 한밤 줄행랑

병원마다 '야반도주' 환자가 넘치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 구제 제도'가 제기능을 잃으면서 밀린 입원비를 감당할수 없어 치료를 포기한채 생명을 담보로 달아나는 영세민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

복지전문가들은 "장애인이나 독거노인을 위한 현 의료보장제도가 실직·부도로 경제력을 상실한IMF형 돌발 빈민에게는 전혀 혜택을 주지 못한다"며 "의료 부문이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가 되고있다"고 밝혔다.

대구시 중구 ㄷ의료원의 경우 올들어 밀린 병원비를 내지 않고 사라진 입원환자가 이미 50명을넘어섰다. 그나마 후불로 병원비를 나눠 갚겠다는 각서를 제출하고 퇴원한 이들도 80여명.병원측은 "IMF 이전만 해도 도망가는 환자수가 일년에 두세건도 되지 않았다"며 "외래 진료나응급실을 이용한뒤 사라지는 경우는 집계조차 어렵다"고 털어놨다.

남구 ㅇ의료원과 서구 ㄷ의료원도 치료중 행방을 감추는 환자수가 올들어 40~50명씩 발생하는등종합병원마다 '줄행랑 환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태다.

병원 관계자들은 "이들 대다수가 실직이나 부도로 경제력을 상실한 30~40대이나 일부는 남편이가출한 산모"라며 "치료를 중단하면 생명을 잃을 우려가 있는 환자도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한편 지방자치단체가 의료비의 80%를 감면받는 영세민들에게 나머지 금액을 빌려주는 '의료보험대불금'도 체납 건수가 급증해 올들어 대구지역에서만 3백여가구가 1억8천만원을 갚지못하고 있다는것.

가정복지회 정재호 국장은 "정부가 빈민층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으나 유독 공적부조제도의 한 축인 의료보장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며 "생존의 문제가 걸린만큼 빈민층의료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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