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탄절...얼굴없는 산타들

아동시설인 대구시 동구 검사동 애생보육원엔 올초부터 꼬박꼬박 성금을 몰래 보내오는 '아저씨'가 있다. 그동안 20만~30만원씩 세차례에 걸쳐 성금이 답지됐다.

보육원측은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잊지않고 정성을 보내오는 이 남자의 신분을 알려했으나 도무지 알 방법이 없었다. 이 아저씨는 길거리 등에서 보육원 직원을 만나 성금을 전하는 '007 방식'을 쓰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애생보육원의 고마운 아저씨처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선행을실천하는 '숨은 산타클로스'가 적지 않다. 복지시설, 무료급식소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힘겨운 삶을 사는 이웃들을 위해 신분을 숨긴채 성금, 성품을 전달하는 얼굴없는 천사들의 온정이IMF 추위를 녹이고 있는 것.

성탄절 전날인 24일 낮 대구시 중구 교동 무료급식소 '요셉의 집'엔 20대 여성이 성금 5만원을맡긴 뒤 이름을 알려달라는 직원들을 뿌리치고 모습을 감췄다. 23일엔 40대 남자가 신분을 밝히지 않고 20만원이 든 봉투를 전달했다. 역시 무료급식소인 대구시 중구 남성로 '자비의 집'에도24일 낮 한 스님이 쌀 40kg을 두고갔다.

장애인 1백80여명이 있는 대구시 수성구 파동 애망원에도 IMF 한파가 시작된 지난해말 누군가쌀 2포대를 맡긴데 이어 매달 익명으로 성금, 성품을 보내오는 이들이 많다. 애망원 한 관계자는"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선행을 실천하는 이들이기에 더욱 고맙게 느껴진다"고 말했다.대구지역 각 구, 군청엔 최근 들어 성금, 성품을 전달할 이웃을 소개해달라는 이름없는 시민들의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24일 대구 동구청엔 50대 여인이 전화를 걸어 독거노인 2명을 소개받은후 성금 30만원을 전달했고, 수성구청으로부터 소년소녀가장을 소개받고 매달 5만원을 보내오는 독지가도 있다. 구청으로부터 부자가정이나 장애인가정 10가구를 추천받아 신분을 알리지 않고 1백만원을 건넨 시민도 있다.

이웃돕기 성금을 접수받고 있는 매일신문사에도 최근 이름을 숨기고 온라인을 통해 9만원을 보내온 시민이 있는 등 얼굴없는 천사들의 온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온정을 전하는 숨은 산타들 덕분에 구세군 자선냄비도 이웃사랑의 열기로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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