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풍운'

재미있는 오락적 요소들을 아름다운 영상에 녹여 만든 새로운 스타일의 '퓨젼 영화'다. 무협지의장쾌한 액션과 전자오락 같은 재미, 중국 고래로부터 전승된 판타지를 사실적이고 섬세한 화면에담아내고 있다.

기본적인 골격은 두 아이가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슬하에서 자라나 결국 원수를 갚는다는 것. 90년대 초 홍콩 만화작가 마롱청(馬榮成) 원작의 동명 무협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있는 만큼 무협지의 낯익은 기본구성을 따르고 있다.

마롱청은 국내 전자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의 캐릭터를 그린 만화작가로 '풍운'의 두 주요인물들인 '풍'과 '운' 중 '운'이 이 게임의 전사들 중 하나를 빼닮았다.

무협지풍의 황당한 액션과 판타지를 필름에 현실감있게 정착시킨 류웨이창(劉偉强) 감독의 재능은 '고혹자' 시리즈에 이어 이제 절정에 달한 듯하다. 류 감독은 촬영도 직접 맡았다.

그의 카메라는 무림의 고수를 닮았다. 피사체를 게걸스럽게 핥다가 돌연 공중으로 치솟아 선회하면서 자칫 날아가버릴 것처럼 가벼운 상상의 세계를 무게감 있는 현실세계로 끌어내린다.

영화에 무게를 얹어주는 또 다른 장치는 영상미다. 그러나 이 영상미의 실체는 비장미다.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정적인 장면들과 흑백에 가깝게 탈색된 화면, 종교적 취향의 장엄한 음악, 광선의직진성을 잘 살려낸 분위기 연출이 동양적 한의 정서라는 밑그림을 칠해준다.

컴퓨터 그래픽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요소다. 총 5백50 장면, 40분에 달하는 특수효과 제작에만 한화로 약 35억원이 투입됐다. 불을 내뿜는 '화마왕'(불괴물)은 그 중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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