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든사회 불특정한 다수 대상 얼굴없는 폭력 기승

특별한 이유없이 상가에 불을 지르거나 길가에 주차된 차량을 부수는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한 '얼굴 없는 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같은 범죄는 최근 이완된 사회분위기를 틈타 크게증가하고 있으며 범행 현장에서 적발되지 않으면 사실상 검거가 어려워 시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26일 새벽 4시쯤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한 도시락 판매점에 누군가 불을 지르고 달아나는바람에 점포 내부가 전소돼 1천여만원 가량의 재산피해를 냈다.

이보다 10여분 앞서 이 도시락점에서 불과 30여m 떨어진 물물교환센터에도 같은 사람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방화가 있었고 28일 새벽에는 바로옆 가게에도 방화로 보이는 불이 났다.도시락 판매점 주인 박모씨(31)는 "무슨 이유인지 알았으면 대비라도 했을 것"이라며 "이처럼 심한 피해를 끼칠 수 있느냐"고 흥분했다.

한편 주차된 차량을 이유없이 부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6일에는 길가에 주차된 차량 15대의 옆거울을 부순 교육공무원 최모씨(61.대구시 달서구 송현동)가 현장에서 붙잡혀 폭력(재물손괴)혐의로 대구 달서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최씨는 경찰조사에서 뚜렷한 동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평소 직장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폭력의형태로 표출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밖에 지난 13일 새벽 3시쯤 대구시 남구 대명9동 아리랑편의점앞 일방통행로에서 정모씨(46)의갤로퍼승용차 등 중형승용차 8대의 타이어가 펑크났고 지난 달 28일 아침 7시쯤엔 대구시 북구칠성2동 경명여고 담장 주변 주택가에 세워진 승용차 18대가 펑크나 있는 것을 주민들이 발견,경찰에 신고했다.

경북대병원 정성훈교수(정신과)는 "불특정다수를 표적으로 삼아 저지르는 폭력은 사회불안정이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며 "개인의 내면에 쌓여있던 불만이 건강한 방식으로 표출될 문이 막혀있는 경우, 타인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