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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사라지는 반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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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누운 바다 위로 붉은 빛이 어린다. 뒤이어 불쑥 솟는 불덩어리가 새해 아침을 연다. 푸른 바다가 파도로 살아나고 금빛 갈매기가 고요한 아침을 깨운다.

그 순간 도민의 소망을 담은 1999개의 풍선이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솟구친다. 동해의 하늘을수놓는 풍선을 보며 꼬마가 묻는다. 왜 풍선이 1999개냐고. 그러자 형은 올해가 서기 1999년이기때문이라고 가슴을 내밀며 말한다.

꼬마의 호기심은 끝없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서기'의 뜻을 묻는 꼬마앞에서 당당하던 형의 기세가 꺾인다. 아버지가 형 대신 말한다.

'서기'란 예수님이 탄생한 그 해부터를 말한다고. 꼬마는 우리나라를 만든 사람이 예수냐고 물었고, 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명예회복을 노린듯 형은 자신있게 나선다. 우리나라는 반만년 전에 단군 할아버지가 세웠고, 그해가 단기 1년이라고. 꼬마가 다시 '올해가 단기로 몇 년'이냐고 묻자, 아버지는 얼굴을 붉혔다.보고있던 나는 목구멍으로 차오르는 말을 꿀꺽 삼켰다. 아들 앞에서 아버지의 무식을 드러나게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바로 단군 할아버지가 세웠고, 우리는 그 후예인 배달민족이다. 그런데도 제 나이를 모르는 바보처럼 나라의 나이를 모른다. 그렇다고 단기를 쓰자는 의미는 아니다. 서기를 쓰되 새해에 한번쯤 단기를 말했다면 아버지의 이런 낭패는 없었을 것이다. 매스컴은 왜 이런 배려를 안했을까?

국민들의 머리를 서기와 단기로 헷갈리게 할까봐서일까, 아니면 서기에 2333년을 더하면 단기가된다는 셈을 가르쳐주기 위함일까? 그것도 아니면 단기는 역사책에서 나오는, 생명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맛있는 것은 아껴 먹는다고 했던가? 단기의 기준은 음력이니까 구정때 짚어주기 위해서 말을 아꼈을 것이다. 그러니까 반만년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설날 아침에 생명력을 가진 찬란한 역사의 이름으로 되살아나길 빈다.

'오늘은 단군 할아버지께서 나라를 세운지 4332년이 되는 해'라고.

〈아동 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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