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박영국

제자의 혼인식에 갔을 때다. 장소가 교회라서 그런지 예식장에서와는 다르게 사뭇 엄숙한 분위기에서 식이 진행되는데 갑자기 분위기를 깨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휴대폰 소리였다.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휴대폰을 든 사람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어디 결혼식에서 뿐인가. 청소년에게까지 휴대폰이 보급된 요즘은 그야말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울려대는 소리가 심각한 공해가 되고 있다. 특히 공연장에서는 더욱 그렇다.한동안 우리 국민은 공연장에서 박스 예절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한 악장이 끝나기 전에,혹은 음악이 흐르는 중에 손뼉을 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의 연주자가 공연하는 때에는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팜플릿이나 안내 방송을 통해 미리 당부를 해야 했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 문화 수준이 높아져서 손뼉을 치는 매너도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연주자들은 관객의 새로운 문화적 무지와 싸워야 한다. 연주자는 객석에서 나오는 소리에 민감하다. 특히독창회나 아리아 중에는 잔기침소리에도 신경이 쓰이는데 휴대폰과 호출기 소리는 말할 필요가없다. 온 신경을 집중해야 연주에 몰두하는데 울려대는 휴대폰 소리는 연주자의 신경을 분산시키고 연주의 흐름을 끊어버린다.

최근 모 통신회사 TV광고에서도 극장 안에서 휴대폰을 진동으로 바꿔둘 것을 권하는 것을 봤다.극장 안에서가 아니라도 사람이 모인 곳에서라면 어디나 그렇다. 우리 아이들은 버스 안에서 휴대폰을 들고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이 제일 꼴불견이란다.

미국의 금융중심가인 맨해튼 거리에서는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휴대폰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라고 말하면서 주머니에 휴대폰이 있어도 공중전화 앞에 줄을 서서기다리는 그들의 모습과,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 빈 공중전화 옆에서도 휴대폰을 들고 통화하는우리의 모습을 보며 이제 휴대 전화를 이용하는 문화 수준도 한 단계 올려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굳이 정부가 나서서 법적인 규제를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구미1대학 생활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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