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영인씨 두번째 소설집 '지난 봄날의 블루스'

작가 박영인씨의 두번째 소설집 '지난 봄날의 블루스'(동인 펴냄)가 출간됐다. 이 소설집에는 중편 '지난 봄날의 블루스'와 단편 '연인'을 담고 있다.

중편 '지난 봄날의 블루스'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지난날을 돌아보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근간으로 '인간 근원에 대한 향수'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중년이 된 자신의 삶을 은유적으로 조명하며 고향과 가족 그리고 지나간 날들에 대한 한없는 연민을 보내고 있다.

소설의 공간배경은 증조부 시대부터 살았던 경북 청도의 물안개 낀 강가 마을. '나'의 첫번째 기억여행에서 만나는 것은 고향 청도 하늘을 주홍빛으로 물들인 감나무와 감나무에 목을 맨 근친상간한 여인의 자살 시체이다.

영어선생으로 교편생활을 시작하며 삶의 근거지를 청도에서 대구로 옮긴 아버지와 어린 딸이 처음으로 고향을 찾으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나'의 두번째 기억여행은 아버지와 달리 심리적 단절감을 지닌 어머니와 관련돼 있다.

어머니와 '나'는 모녀끼리 주고받는 여성스런 대화를 한번도 주고받은 적이 없는 사이. 그래서 '나'는 양친의 딸이라기보다는 아버지의 딸이었다. '나'의 세번째 기억여행은 양친과 조부모를 포함한 대부분의 친척들이 함께 찍은 빛바랜 사진 한장으로부터 시작된다. 1890년대에 태어나 세기말 현상과 세계적 냉전현상이 도래하던 시절에 유년기를 보낸 할아버지가 죽음을 눈앞에 둔 무기력하고 쇠잔한 노인으로 앉아 있다.

이 소설은 죽음을 눈앞에 둔 아버지 곁에서 별안간 느끼게 되는 정체성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첩을 둔 조부, 도벽을 가진 식모, 식모의 도벽때문에 누명을 쓰고 질타를 받는 불우한 셋째오빠, 어린 '나'의 눈앞에서 우물에 빠져죽은 할아버지 등 파편화된 서사들이 펼쳐진다.대구 출신인 저자는 7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및 82년 월간조선 신인소설 모집에 각각 당선돼 등단했으며, 작품집으로 '오후의 미뉴엣' 등이 있다.

〈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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