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쁜날' 모금행사 참여가수들

"여러분들의 작은 정성이 어려운 이들에겐 큰 힘이 됩니다"

지역에서 밥벌이조차 힘들다는 가수생활을 시작한지 10여년이 된 이종일(31)씨.알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자존심 하나만으로 통기타를 놓지 않았다는 이씨는 요즘 '가수' 할 맛이난다. 노래 한곡이 끝날때 마다 박수를 치는 수백명의 관객에다 얼마전부턴 길거리에서 자신을알아보고 눈인사를 건네는 이들까지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씨의 무대는 지하철 중앙로 역사. 제대로 된 앰프 시설 하나 없는 70여평 남짓한 지하 공간이지만 이씨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소중한 곳이다.

"이제 10여차례 정도 주말 공연을 펼쳤는데 노래를 듣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오는 분들이 있을만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씨가 손종호(30), 박성훈(31), 박창근(29)씨등 동료 가수 3명과 함께 펼치는 무대는 '기쁜날 이웃 사랑 가두 모금 행사'. 지난해 12월 5일 첫 공연을 펼친 이후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30여곡을 시민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가 역사 내로 울려 퍼지면 어김 없이 100여명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노래에취한다.

지하철 공연을 시작하기전 혼자서 '길거리 자선 공연'을 해왔다는 손씨는 "공연때마다 어김없이모금함에 모습을 나타내는 인근 상인들과 자녀들의 손을 잡고 일부러 찾아오는 시민들을 볼때면목소리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며 느낌을 밝혔다.

토요일 오후 7시. 지하철 역사에서 노래 소리가 끊기면 이들은 모금함에 모인 이웃사랑을 거둬들인다. 한번 공연에 모이는 이웃돕기 성금은 20여만원. 대부분이 동전과 천원짜리지만 작은 정성의 소중함을 알기에 이들의 가슴은 따뜻해진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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