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민떠나는 항구 동해안, 그 시름의 현장-(3)영덕

강구,후포항 등 동해안 대게잡이 항구들은 최근들어 연일 공치고 있다. 대게 조업이 피크를 이룰 시기지만 한·일어업협정 발효로 60여척의 동해안 대게저자망 어선들이 하루아침에 황금어장을 잃어버리면서 대게위판량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

영덕군의 3월들어 대게위판량과 금액은 3.5t에 8천400만원. 1월, 2월평균 30t에 비하면 엄청난 감소다. 1월76t(괄호안은 위판액14억4천656만원), 2월67t(8억6천100만원)이던 대게위판량은 이달 들어서는 5t으로 격감했다.

그나마 어업협정후 중간수역에 출어해 적은 양이나마 대게를 잡아오던 저자망어선들도 곧 조업을 포기할 움직임이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중간수역은 좁은어장에 40여척의 어선들이 몰려 조금이라도 나은자리에 투망을 하기위해 전쟁이나 다름없는 처절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탓에 대게어자원이 곧바닥을 드러낼 상황인데다 400m정도의 깊은 수심에서 건져올린 까닭에 상당수 대게가 물이 많이 차있는 등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것.

이로인해 위판가도 종전 오키군도에서 잡은 대게 상품가격이 마리당 5~6만원에 위판되었다면 지금은 3만원도 받지못해 평균 8명인 선원들의 월급은 고사하고 300~400만원이 드는 출어경비도 맞추지 못할 형편이어서 쳐놓은 그물을 걷어오는대로 조업을 중단할 계획이다.

대게 황금어장의 상실은 60여척의 대게 저자망어선을 타는 500여명의 선원과 그 가족들의 생계부터 막막하게 만든다.

수협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구룡포수협은 지난해 791t의 대게를 위판 148억원의 위판고를 올렸으며 영덕은 292t에 34억6천만원, 울진은 263t에 36억7천만원으로 공식적인 대게위판액만 219억3천만원이지만 이제는 먼 옛날 이야기가 될 전망이다.

대게상인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연안대게를 팔면 된다고 하지만 연안대게만으론 수요를 충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대게 확보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다름없다.

IMF에도 불구, 대게를 찾는 외지관광객들로 북적대면서 호황을 누렸던 강구항주변 200여곳의 대게판매점은 이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대게판매업을 하는 김모씨(48·영덕군 강구면)는 "지금 당장은 수족관에 있는 대게와 연안에서 잡은 걸로 장사를 해나가겠지만 금명간 대게부족사태에 직면할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영덕·鄭相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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