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73세' 생일 나들이 코스인 경북 안동에서는 여왕의 생신상을 어떻게 차릴까.
안동사람들은 여왕에게 조선시대 궁중에서 차리던 12첩 반상을 안동식으로 정성껏 차려드리고 싶은데 영국대사관측에서는 민폐를 끼친다며 한사코 고사, 29일 현재까지 성사가 불투명하다.
아무런 대가없이 안동식 생일상을 차리기를 원하는 안동사람들의 진솔한 속내를 엘리자베스 여왕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지만 새삼 안동음식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경북도 무형문화재 조옥화(77·안동소주 기능보유자, 전통요리연구회장)씨는 "춘하추동 절기마다 시식(時食)을 차리는 풍습은 궁이나 시골이나 마찬가지"라며 음력 삼월을 전후하여 안동지방에서는 갇혀살던 삼동에서 해방된 기쁨을 누리기 위해 새 생명의 기운을 듬뿍 받아들이는 계절식을 주로 먹는다고 말한다.
안동지방의 대표적인 봄철 계절식은 햇파·쑥·냉이·씀바귀·달래 등 새로 움터나온 봄나물을 이용한 각종 무공해 야채식.
"햇쑥에 콩가루를 묻혀서 쑥탕을 끓이거나 햇파를 깨끗이 다듬어 파콩국을 먹으면 속이 편하고 춘곤증이 사라진다"는 조씨는 때로 파뿌리까지 깨끗이 씻어서 국에 넣는다고 말한다. 찹쌀가루에 데친 햇쑥을 섞어서 고물을 소로 넣고 겉에도 팥고물을 입힌 쑥구리단자도 빼놓을 수 없다. 안동지방에서는 특이하게 깨고물, 콩고물 대신 '김(일반 감보다 아주 작은 감)' 고물을 소로 넣은 쑥떡을 만들기도 한다.
햇파와 소고기를 섞어서 만든 파산적도 안동지방의 봄철 계절식 가운데 하나이다. 안동지방의 파산적은 꼬치가 겉으로 보이지 않게 깔끔하게 만드는게 특징이다. 과목(과메기의 안동지방말)을 쑥과 함께 끓인 찌개도 별미이며, 묵은 김치전, 달래부침, 고들빼기, 냉이무침은 기본 반찬이다.
〈崔美和기자〉
---12첩 반상 차린다면
전통 풍습으로 어른 생신상에는 음식을 한자 이상 높이 고이고, 고인 음식 한가운데 종이로 만든 상화(床花)를 장식한다.
그러나 큰상은 먹지 않고 높게 음식을 고여두고 보기만 한다고 하여 고배상(高排床) 또는 망상(望床)이라고 하고, 드실 음식은 입매상에 따로 차린다.
궁중요리 연구가 황혜성씨는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12첩, 사대부집에서는 9첩까지만 차리도록 제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안동지방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생일상을 12첩 반상을 차린다면 궁중에서 왕이나 왕비의 탄일에 차리는 어상(御床)의 규모에다 안동 지방 토속음식을 접목시키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북 북부지방의 향토요리를 전승하기 위해 민속주 안동소주 전시관 안에 전통음식 전시실을 꾸민 조옥화씨는 안동식 12첩 반상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고기·야채·버섯을 넣은 두루치기에 갈비찜, 명태전, 수란, 돈백이찜, 생선찜, 파산적, 무우선, 삼색나물, 명란젓, 생굴, 명태 보푸라기 등이 올려져 있다. 여기에 김치와 3종류의 간장이 곁들여져 있다.
북어포를 솜처럼 부풀려서 소금간, 간장간을 맞추어 무쳤고, 달걀을 끓는 물에 넣어 반숙하여 초장에 찍어 먹는 수란도 이색적이다.
반상의 첩수는 뚜껑이 있는 찬을 담는 작은 그릇인 쟁첩에 담겨진 찬품의 수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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