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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서-장영주 독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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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대뜸 트집부터 잡고 봤을까? 장영주 독주회에 가기로 하고 나는 곧장 CD장부터 뒤적였다. 하이페츠와 밀스타인, 크레머, 무터로도 모자라 급기야 티보와 느뵈까지 찾아들으며 슬며시 회심의 미소도 지었다. '어디 해볼테면 해 봐라'하는 그 심정은 분명 트집,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첫곡 샤콘느가 연주될 때야 깨달았다. 세상에! 나는 남몰래 신기(神技)의 바이올리니스트들과 그녀를 대놓고 비교하는 심술을 부리고 있었던거다. 배짱있고 정확하긴 해도 저건 내가 기대했던 샤콘느가 아니야, 하면서…. 그러니까, 순전히 그녀 이름 앞에 늘 따라붙는 '천재'라는 수식어가 불편했던 것이다. '장영주 특수'라고 할 만한 만장하신 청중들의 가벼운 소음 탓에, 실제로 내 트집은 꽤나 유효해 보였다.

한데, 내 트집과 심술은 주 레퍼토리인 두 소나타가 이어지는 동안 간살스럽게도 경탄과 몰입으로 뒤바뀌었다. 하이페츠가 열아홉 여자라면 바로 저렇게 연주하겠지 싶은 생각도 잠깐, 누군가의 말처럼 '정신적 사정(射精)'상태에 빠져 들었다. 표현도 이해도 난해하다는 소나타가 바로 몸으로 느껴져왔다. 뒤이은 녹턴과 지고이네르바이젠. 나는 그만 주책스럽게 손수건을 적시고 말았다.

감정의 과잉상태는 개인적 체험과 큰 상관이 있는 법. 손수건 적신 연유는 순전히 내 스무살 무렵의 봄밤이 오늘처럼 지극히 슬프고도 아름다웠다는데 있건만, 나는 자꾸 사라의 열아홉 정서를 탓했다. 꽃망울져 피어있는 '찬란한 슬픔의 봄'과, 그 유쾌한 천성에서 비롯되는 '어쩔 수 없는 전염성'을 그녀에게서 느꼈다면 과장일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그녀가 내 '숨꽃'을 확 피어나게 해주었을 때, 천재는 결코 헛된 비교의 대상일 수 없음을 인정치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비교 대상은 오직 그녀 자신일 뿐! 마침, 때는 또다시 봄밤…. 가지마다 환한 꽃의 얼굴들이 너무나 사무쳐, 봄 거리를 돌고 돌아 겨우 집으로 돌아온 까닭을 그녀는 알겠지….

〈박숙련-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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