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이복자(수필가)

'사랑하는 자제를 훌륭하게 성장시켜 국토방위의 역군으로 보내주신 귀하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부모님의 애틋한 사랑만큼이나 저희들도 조국에 대한 희생과 봉사,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를 가슴으로 느낄 줄 아는 청년으로 키워 이 나라 국방력 강화의 초석으로 만들 것을 약속 드립니다'

아들애가 입대할 때 입고 간 옷가지를 반듯하게 접어 보낸 소포를 받고 마음앓이를 하고 있는데, 중대장이 편지를 보내 왔다.

이십 수년 전 아들을 낳은 후부터 지금까지 군대에 보내야 한다는 부담에서 잠시도 놓여날 수가 없었다. 마침내 지난달 아들애는 공부하던 책을 깊이 접어 두고 훈련병이 된 것이다.

병역 복무 형태에 빗대어 세간에 떠도는 말들이 많았다. 면제는 신의 아들, 방위는 장군의 아들, 현역 복무는 어둠의 아들이라고 하던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현역 복무를 하게 된 아들애는 어둠의 아들로 분류되겠지만 그건 당치않다. 아들애는 분명 밝은 곳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어느 단체가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서 '만약에 전쟁이 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물음에 상당수가 외국으로 도망가겠다고 대답했단다. 이 얼마나 아연하고 부끄러운 발상인가.

'보통 사람의 아들들'을 위하여, 아니 아들을 군대에 보내 놓고 잠 못 이루는 보통 사람들을 대신하여 나는 '어느 훈련병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중대장에게 격려와 성원의 편지를 보내며 마음앓이를 달래고 있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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