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진량중학교 2학년생들은 지난달부터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텃밭'은 국어시간에 쓴 글을 씨앗으로 아름다움과 진실, 순수와 사랑을 키워가는 학생들만의 문집.
첫번째 글모음에는 '낙서 같거나, 아직 어린 티가 나거나, 울퉁불퉁한 글이라도 친구들의 글과 함께 어울려 있으면 언제까지나 시들지 않을 것'이라는 머리말에 이어 77편이 실렸다.
글들은 모두 국어시간에 발표된 글짓기 숙제. 진량중 2학년 120명 가운데 50여명이 밤을 밝혀 쓰고 친구들 앞에서 읽은 작품들이다.
문집이 나오게 된 데는 국어를 가르치는 임무출교사의 노력이 밑거름 역할을 했다. 3월 첫 국어시간에 수행평가의 하나로 '나의 소개'에 대한 글을 써서 발표하도록 했는데 좋은 글이 너무 많아 매일 제목을 한 가지씩 냈다는 것. 공들여 써온 글들을 채점하던 임교사는 버리기에 아까운 글들이 많아 차곡차곡 모았고 3월말 문집발간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원칙은 철저히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제작하도록 한다는 것. 우선 2학년4반 학생들 가운데 5명이 편집위원으로 선정됐다. 문집 이름은 공모와 심사, 투표를 거친 끝에 '텃밭'으로 결정됐다.
편집위원 5명이 난상토론을 벌이며 작품선정에 들어갔고 문집에 실릴 글들이 하나 둘 결정됐다. '나의 소개' '전통음악' '취미생활' 등 다양한 소재의 글들과 함께 환경에 관한 글이 특집으로 구성됐다. '환경오염' '환경아 미안하다' '나는 환경이다' '환경아 힘내라' 등 여러 관점에서 접근한 글들이 모였다. 학생들의 손에서 편집, 교정을 거쳤고 표지그림과 글씨는 김효진양이 맡았다.
학교 시설로 인쇄한 뒤 제본만 외부에 맡겨 4월 중순 마침내 문집이 발간됐다. 진량중으로서는 지난 52년 개교한 이래 처음 발간한 학교문집이라는 의미도 덧붙여졌다.
편집을 맡은 학생들은 "친구들의 글을 책으로 묶는다는 즐거움에 힘든 줄 몰랐다"며 "문집을 통해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문집 발간을 위해 임교사는 4월부터 국어시간에 발표하는 글들을 다시 모으고 있다. 첫 문집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학생들이 글쓰기에 더 많은 공을 들이는 분위기여서 작품의 수준이 한층 나아졌다는 평.
두번째 문집은 다른 반에서 편집위원을 선정할 예정. 각 반을 순회하며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문집제작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또 첫 문집에 글이 실리지 않은 학생들의 글을 우선 배려한다는 입장이다.
임교사는 "수행평가 결과물을 학생들이 책으로 만들기는 처음일 것"이라며 "학생들의 글쓰기 뿐만 아니라 철학, 사회를 보는 눈 등을 키우는데 기대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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