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방송중단 사태 있어선 안돼

11일밤 문화방송이 내보낸 특정교파(敎派)를 취재한 프로그램이 신도들의 집단항의로 방송도중 중단되는 한국 방송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 전국의 시청자들을 경악케 했다.

문화방송측은 사과방송을 통해 "관련 교회신도 20여명이 주조정실에 난입해 방송국 기계와 송출장비 등을 마음대로 작동하면서 방송송출을 방해했다"고 사건의 과정을 밝혔다.주지하다시피 방송은 국가의 중요한 기간시설중 하나다. 만약 국가의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상정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 뻔한 일. 당장 방송중단 사고후 국민들이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언론사와 114안내 전화, 관계기관 등에 문의전화가 빗발친 사실들이 이를 입증한다.

200명이 국가의 기간시설로 몰려드는데도 국가의 공권력이 이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방송이 중단될 것 다 되고 난 다음 뒷북이나 치고 있는 현실을 대다수 국민들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이와 함께 본란은 번번이 보도에 불만을 품고 당장 물리적인 행동부터 옮기고 보는 사회 곳곳의 집단이기주의 현실을 개탄한다.

보도에 불만이 있을 경우 당장 법에 보장된 반론권 청구에서부터 적법한 절차를 밟아 나가는 것이 민주시민들의 소양일 것이다. 언론은 결코 언론 그 자체의 것일수 없다.

같은 논리로 언론 자유의 확보와 신장은 시민권리의 확보와 신장에 다름아니다.문제가 된 만민중앙성결교회의 신도들은 "방송국이 사실이 아닌 보도로 우리 종교와 이재록 목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말하지만 폭력이 선행하고 난뒤엔 문제해결의 입지는 없어진다.

또 교회측이 교회의 간부 지시나 조직적인 행동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집단행동에 따른 결과유책(結果有責)에서 벗어날 수는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중 하나는 교회측이 방송이 나가기 전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담당재판부인 서울지법 남부지원민사합의 1부로 부터 "성추행 부분을 제회한 나머지는 방송을 허용한다."는 결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요컨대 신도들이 사법부의 판결까지 도외시한채 집단행동으로 나선 사실이 과연 소구력(訴求力)을 지니겠는가.

더구나 신도들중 일부가 최종 송출을 담당하는 2층 주조정실의 중앙기계실 앞에서 노크를 했다가 응답이 없어 문을 부수고 들어가 최종 전원장치를 꺼버렸다는 방송사측의 설명은 폭력 그 자체를 의미한다.

당국의 엄정한 대처는 물론 다시는 방송중단과 같은 사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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