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성보학교 스승의날 행사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장애아 특수학교인 대구시 북구 복현동 성보학교 교실. 떨리는 손으로 옷고름을 매고, 엉거주춤 대님을 돌리고, 난생 처음 한복을 입는 학생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터졌다.

몇 번이나 배웠지만 자신이 없는 듯 뒷걸음치다 마지 못해 허리를 굽히는 학생, 나는 듯 달려와 철퍼덕 엎드리며 빼꼼히 고개를 드는 학생, 교사들에게 감사의 절을 하는 그들의 얼굴에 다시 부끄럼 어린 미소가 번졌다.

박수가 쏟아지면서 가슴에 꽃을 단 교사들은 대견하다는 표정을 짓고, 지켜보던 학부모들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잠시 후 강당. 200여명의 학생들과 학부모 60여명, 교사, 교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권헌적(63)교장이 53년전 안동 서후국교 때 은사인 권헌직(74)씨에게 큰절을 올렸다. 이어 권교장의 37년전 안동 대흥국교 제자인 김세곤(47) 대구 남구청 도시국장이 은사에게 큰절을 했다.

다음 순서로 한복에 두루막까지 차려입은 남녀 학생 대표가 나섰다. 교사 대표 두 사람에게 큰절. 정신지체 학생, 휠체어를 탄 학생들까지도 한마음으로 고마움을 나타내고 있었다. 강당 안은 우레같은 박수소리로 가득찼다.

예절의 날로 꾸며진 성보학교 스승의 날 행사는 학생들의 노래와 율동, 에어로빅, 농악놀이 등 학예발표회로 끝을 맺었다. 일반 학교에서는 좀체 찾아보기 힘든 사랑과 감동이 가득한 행사였다. 학부모들은 공동으로 양말과 손수건을 구입, 교사와 행정실 직원에게까지 고마움을 표했다.

오는 8월말 정년퇴직하는 권교장은 "교사와 학생들 모두 고생한 덕분에 의미있는 자리가 됐다"며 "43년의 교직생활 가운데 가장 뜻깊은 날"이라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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