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문호는 유럽을 '비극'으로 봤다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1821~ 1881)가 서구유럽을 여행하고 쓴 '도스토예프스키의 유럽 인상기'(푸른숲)가 출간됐다.

도스토예프스키는 1849년 혁명지식인 그룹과의 교류 혐의로 체포돼 10여년간의 시베리아 유형과 강제노역을 마친 뒤 60년대와 70년대에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지를 여행했다.

이 책은 63년에 발표된 '겨울에 쓴 유럽의 여름 인상기'와 76년에 쓴 '작가 일기', 그리고 여행 당시 친구와 친지에게 보낸 '유럽에서 보낸 편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어린 시절부터 '성스러운 기적의 나라'로 유럽에 대해 환상을 키워온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유럽은 부르주아의 탐욕과 중산층의 타락으로 찌들린 비극 그 자체로 비쳤다.

유럽사회에 유포된 자본주의의 속물근성과 부르주아의 비속함을 목도한 그는 러시아 지식사회의 유럽숭배 풍조를 신랄히 비난하는 한편 지나친 합리주의와 물질문명의 폐해로 인한 유럽의 비극적 종말도 예견했다. 이같은 그의 예견은 1, 2차 대전으로 현실화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고대유적이나 문물보다 민중의 생활상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비참한 모습에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며 이는 상처받은 그의 애국심을 민족적 자존심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유럽기행은 이후 그의 작품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죄와 벌' '백치' '악령' '도박자' 등이 당시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며, 그가 서구주의자에 대항하는 러시아 슬라브 민족주의를 주창하게 된 것도 이때의 여행이 계기가 됐다.그러나 그의 유럽여행은 순수하지만은 않았다. 빚쟁이들의 성화를 피하고 연인과의 밀월을 즐기기 위해 유럽으로 떠난 도스토예프스키는 독일에서 룰렛 도박을 해 내내 빚에 허덕이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그의 유럽인상기에 대해 '고요한 돈강'의 저자이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솔 벨로우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인상기는 난폭하고 공정치 못하며 경솔하기까지 하다. 그의 관점은 불쾌감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