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형구 발언과 김태정의 퇴진-배경과 향후 전망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끝내 김태정법무장관을 경질했다. 진형구 전대검공안부장의 파업유도 발언으로 더이상 버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임명된지 보름만에 민심에 백기를 든 셈이다.

김대통령도 이번 사건을 보고받고 "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며 대노(大怒)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전장관 경질의 명분을 찾던 청와대로서는 이번 진전부장의 취중 실수로 일련의 사태가 홀가분하게 마무리된 측면도 있다. 청와대비서진들은 " 앓던 이가 빠진 기분" 이라고 말했다.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은 김장관의 경질 이유로 다소 궁색하기는 했지만 옷 사건과 관계없이 파업유도 발언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을 물었다. 김장관의 경질이 파업유도 시인으로 비쳐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지만, 이대로 넘어갈 경우 본격적인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 마침내 경질이란 카드를 불가피하게 선택한 것이다. 8일 오전 김실장 주재로 열린 관계 수석 대책회의에서도 경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두 사건은 민심을 크게 뒤흔들고 정권의 도덕성을 결정적으로 훼손한 대표적인 사례들인 만큼 민심이 쉽게 진정될 것 같지는 않다. 여기에 청와대의 고민이 있다.

김대통령도 밝혔듯이 정치인 사정은 없겠지만 검찰의 강도높은 사정, 공직자 기강확립, 중산층 및 서민 보호대책 등이 사후 수습책으로 제시될 듯하다. 노동계를 달래기 위해 강력한 재벌개혁이 추가될 수 있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총리실을 중심으로 획기적인 공직기강 확립 대책이 마련중이다.

청와대가 당장 걱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검찰의 파업유도 의혹에 대해 야당은 물론 노동, 시민단체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사안자체가 심각하다. 옷 사건 의혹과 달리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재조사 요구가 끈질기게 나올 게 자명하다.

이에 김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 정공법을 택했다. 9일 정부의 재조사는 물론 국민회의로 하여금 국회 차원에서도 야당의 국정조사권 요구 수용 등 주도적 입장을 취하도록 지시했다.

과연 이번 사건처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또 정부와 노동계간의 대결전선이 형성되면 경제회복 국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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