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해만 보는 남북외교

21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차관급 회담은 결국 북한측의 불참으로 연기됐다. 또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을 억류해 금강산 관광이 중단위기에 놓였다.

서해 교전 사태이후 한가닥 이산가족 상봉을 기대했던 우리로서는 실망을 금할 수 없고 한반도에 다시 긴장이 일고있다.

북한과의 외교에서 느껴온 것은 우리 외교가 늘 북한으로 보내진 소고삐처럼 질질 끌려 다니기만 했다는 비하감이다.

최근 비료, 식량, 생필품 등 줄것 다 주고도 되돌아 온 것은 서해교전과 같은 매질뿐이었다.

◈北에 계속 끌려 다녀

여기에는 근본적으로 북한에 비해 외교적 수완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이 있다.

북한의 경우 숙청되지 않는한 10년이고 20년이고 한자리를 지키다 보니 이 분야에선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정부 수립후 외무장관(지금의 외교통상부)은 29명이나 바뀌어 평균 재임 기간이 1.76년. 미국은 독립후 230여년동안 국무장관이 바뀐것은 62명뿐으로 평균 3.6년을 재임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그대로 장관을 연임시킨 경우가 22번이나 됐다.

우리 경우 대통령이 바뀔때는 물론이고 여차하면 날려버려 '장관의 목숨은 파리 목숨'이란 말이 나돌 정도.

특히 우리는 자리가 바뀔때마다 전임자가 해 놓은 일들을 대개 뒤집어 엎기 일쑤다.

그리고 본인이 업무를 파악 할때쯤이면 자리를 물러나게 된다. 그러니 업무의 일관성이나 전문성이 있을리 없다.

결국 남북간의 협상은 20~30년간 노하우가 생긴 백전노장과 기껏 2년도 채 안된 새내기와의 '싸움'이니 소처럼 끌려 다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수시로 바뀌는 외무장관

지금까지 우리는 단지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 경협,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북한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김대중 정부 출범이후 북한에 제공한 현금과 현물은 무려 4천여 만 달러.

여기에다 현대가 금강산 관광조건으로 준 1억 5천만달러와 이번 남북 경협을 성사시키면서 주기로 한 20만t의 비료까지 합치면 거의 2억 달러에 육박한다는 계산이다.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얻은 것이라곤 서해교전과 남북차관급회담 일방연기, 관광객 억류 등 북한의 불한당 같은 행위 뿐이었다.

최근 일련의 사태이후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다.

거기에는 IMF사태로 수백만의 실직자가 거리를 헤매고 끼니를 거르고 있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 마당에 '햇볕은 무슨 햇볕이냐'는 의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직되게 햇볕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돈과 물건만 준 것이 아니라 미국에게 "북한의 경제제재를 풀어줬으면 좋겠다" 또 일본에게는 "북한과 수교해 달라"며 권유했다.

특히 최근 주한 미군에 대해 북한이 늘 주장하는 '평화 유지군'으로의 지위변경을 들먹여 미국으로 부터 심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북한은 최근 주한미군이 평화유지군으로 남는다면 남한에 주둔해도 좋다는 말을 했다"고 언급 한것.(4월 6일)현재 주한미군은 한미 상호조약에 따라 한국이 침략 당할때 이를 방어하기 위한 전쟁 수호를 임무로 하고 있다.

반면 평화유지군은 유엔의 지휘하에 분쟁당사자가 합의할 때 주둔하고 한쪽이 나가라면 철수해야 하는 비전투부대다.

미국으로서는 반세기동안 수많은 목숨을 잃으면서 한국을 전쟁의 위협으로 부터 지켜왔는데 섭섭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외교 전문성 키워야

외교당사자는 전문성이 없으면 안된다. 지금 한반도 주변에는 북한뿐 아니라 중.일.러등 4강이 서로 연대를 모색하고 있어 시야를 넓게 보고 대처하지 않으면 한국은 이들 국가로 부터 '왕따'당할 우려도 있다.

당리 당략에만 치우쳐 장관을 밥먹듯이 갈아 치운 결과가 지금 남북 외교에서 손해만 보는 결과로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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