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공직준수 장관이 망쳐놨다

장관은 공연격려금으로 경제단체로부터 2만달러를 받고 경찰청장동생은 거액의 이권 개입설로 물의를 빚고 있는 판국에 공무원들은 10대 공직자준수사항 결의대회를 천편일률적으로 개최하는 웃지못할 촌극이 우리 공직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한마디로 이건 우리 공직사회의 모순된 2중성을 극단적으로 증명하는 셈이고 공직준수결의대회가 얼마나 허구에 찬 전시행정의 표본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10대 공직준수사항이 나온 배경도 옷로비사건에서 비롯됐다.

이 사건은 주지하다시피 일부 장관부인들과 재벌부인간에 이뤄진 고가(高價)의 옷을 서로 주고 받았느니 아니니 하며 검찰수사까지 벌였으나 아직 의혹은 남아 있는 그야말로 고위층들의 거래였다. 이를 계기로 공직윤리확립차원에서 10대공직준수사항을 만들어 전 공무원들에게 근무시간중에 결의대회를 갖고 각서까지 쓰도록 강요하는 바람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게 현실이다. 말하자면 저지른 장본인은 고위층인데 죄없는 전체공무원들을 무슨 범법자나 되는 것처럼 여기도록 한 결과가 돼버렸으니 불만을 품지 않을 공무원들이 있겠느냐는게 공직사회의 반응이다. 일리 있는 불만이다. 게다가 그 내용도 과장급이상은 무조건 축.조의금을 받지 못하 고 5만원이상 선물도 못받으며 호화유흥업소 고급의상실 출입은 하지 못한다는 것 등으로 과연 실천가능한건지 의문시 되는 것도 사실이다. 백보 양보해 작금의 정황이 공직자들의 윤리의식을 국민들이 극히 의심한다는 차원에서 마지못해 동참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고위층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일련의 사건이 일어났으니 과연 10대 공직준수사항이 먹혀들지 극히 의심스럽다.

손숙 환경장관의 경우 러시아 공연때 2만달러의 거액을 이해관계가 긴밀한 전경련으로부터 받았다는건 뭐라 설명해도 지금 공직분위기에선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 판단된다. 설사 이 공직준수사항이 만들어지기전에 이뤄진 사안이라해도 장관은 2만달러나 받아도 연극인 자격의 격려금이라고 하면 면죄부를 주느냐의 비난을 면키 어렵다.

게다가 김광식 경찰청장의 동생은 환경업자 등 서울의 경찰서장에게 소개해주고 청소용역을 부탁했다는 것도 중.하위직 공무원들의 의식에 '공직준수사항 좋아하네'라는 냉소를 심어주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결국 장관들 때문에 만들어진 공직준수사항을 장관.경찰청장 등이 망쳐놓은 결과가 돼 버렸다. 이러고선 공직준수사항의 결의대회를 아무리 해봐야 헛일이란 점을 정부는 인식, 납득할만한 조치와 그 처방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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