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언 美국방 발언 배경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경우 미국이 지난 94년 북한과 체결한 제네바 합의사항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사태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금창리 핵의혹 시설공사가 불거지면서 미국내 소수 대북매파들로부터 '폐기' 압력을 받아왔던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가 대포동 2호 미사일 재발사가 현실화되면서 이행여부가 미 정부 관련부처간에 논의되고 있다는 정보 당국의 분석은 예사롭지 않다.

윌리엄 코언 미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네바 합의는 북한을 포함한 모든 동아시아지역에 이익이 된다고 전제한 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제네바 합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해 이같은 움직임을 간접 시인했다.

특히 북한 미사일과 제네바 합의사항을 한묶음으로 연결시키는 코언 장관의 발언은 그동안 '미사일 발사시에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경수로 사업과 제네바 핵합의 기조는 유지된다'는 한.미.일 3국간 합의사항을 완전 뒤집는 것이어서 관련국간 논란이 예상된다.

한.미.일 3국은 국내외적인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제네바 기본합의문 이행과 경수로 건설 사업을 진행시킨다는데 합의를 이룬 상태다.

이같은 합의는 현재 발사대 등 30%의 기반시설 공사를 마친 대포동 2호 미사일발사를 저지하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이 짙다.

문제는 코언 장관이 북한 신포지역에 건설중인 경수로 공사 중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같은 발언을 했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부분이다.

이와 관련,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 KEDO 분담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놓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한.미.일 3국간 합의에 대해 미국의 입장은 변함없다"면서도 "발사된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나 탄착지점 등에 따라 강경한 대북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해 미국이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 및 북-미 관계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대북경수로 건설중단과 같은 특단의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에도 경수로 건설 중단보다는 현재 북-미간에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수교문제, 금지성 제재 해제 문제 등 주로 외교, 경제적인 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관계당국이 이달 초 작성한 '미-북 관계개선 전망' 이란 대외비 수준의 내부보고서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개선과 관련, 7단계 전략을 마련해 놓고있으며 현재 3, 4, 5단계인 제재완화, 연락사무소 설치, 금지성 제재 해제 모색 단계에 있다.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관계정상화를 모색하는 1, 2단계는 이미 넘었고 수교(6단계) 및 관계 정상화(7단계)를 남겨 놓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개발을 중지하고 대포동 2호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개발 및 시험발사를 중단할 경우 금지성 제재 해제 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북한에 전달해 놓고 있다.

현재 미국은 북한에 대해 △금융거래 및 미국내 북한 자산 동결 △국제금융기구대북차관 지원 반대 △방산물자 수출 금지 △유엔주재 북한 외교관 행동범위 제한(반경 25마일) 등의 제재 조치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코언 장관의 '제네바 합의 영향' 발언은 경수로 건설 중단 등 특단적인 조치보다는 이같은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편 북한과 미국은 지난 94년 10월 △북한 흑연감속 원자로를 경수로 발전소로 대체하는데 협력 △정치.경제적 관계 완전 정상화 추구 △핵무기 불위협과 불사용 △국제적 핵비확산 체제 강화 노력 등을 골자로 한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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