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에서 전문화가 좋으냐 다각화가 좋으냐 하는 논쟁만큼 싱거운 것은 없다.
왜냐하면 양쪽 다 논리가 있고 또 양쪽 다 성공사례까지 갖고 있어 확실한 일 들이기 때문이다. 전문화의 대표선수는 미국의 컴퓨터회사인 IBM, 코카콜라 등이 있고 다각화의 대표선수로는 우리에게 가전메이커로 알려진 GE, 컴퓨터소프트웨어 업체인 MS 등이 있다. 전문화의 경우 대형컴퓨터회사인 IBM이 처음부터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도 한길로만 가고 있고 코카콜라는 영화 커피 등 사업을 털고 음료수라는 전문화의 길을 선택해 성공하고 있다. 이에 반해 다각화에는 GE가 80년대 위기에 직면하면서 120여가지에 달하는 사업분야를 세계 1·2위분야만 남기고 12개분야로 정리했지만 다각화라는 뼈대를 버리지는 않았다. 여기에는 가전, 금융, 플라스틱, 방송 등이 있다. 특히 금융은 27가지 서비스를 하면서 그룹매출의 50% 순이익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재벌들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가 되어 있다. 다각화쪽에서는 기술과 자본이 모자라는 우리 입장으로서는 세계시장에 경쟁하기 위해서도 다각화가 유리하며 또 우리재벌의 제2금융권진출 또한 GE와 같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어 좋다는 논리다. 한편 전문화쪽에서는 그래도 GE는 금융기관을 가지고 있다해도 편중대출을 하지 않으며 다각화 되어있다 해도 부당내부거래는 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박정희모델에서는 성공사례였던 우리 재벌들은 이제 세계화시대에서는 실패 사례로 몰리고 있다. 소위 시스템 진화에 실패한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에 맞추기 위해서 경제의 시스템진화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 한계가 전문화면 어느 수준이 적정이고 다각화라면 어느 수준이냐 하는 점에서는 더 진지한 토론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재벌체제를 개별기업위주의 '대중경제체제'로 바꾸는 획기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데도 너무 토론 없이 여론따라 휩쓸려 간 것 같아 어쩐지 불안한 기분이다.
서상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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