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세계가 웃을 맹물전투기

맹물기름을 넣은 공군전투기가 추락했다는게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예천전투비행단 소속 전투기추락에 얽힌 원인을 비롯한 보고경위, 40여일간 은폐해온 배경 등 한마디로 이 사건은 의문투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공군당국이 밝힌 사고원인조사내용을 보면 기름저장탱크에 직경 2㎜·길이 2㎝의 구멍이 뚫려 지하수가 스며들었다는게 근본원인이라 했다. 게다가 탱크의 기름을 매일 그 성분을 분석하는 '드레인'과정을 무시했고 거기다 기름탱크와 유조차에 부착된 불순물여과기가 똑같이 고장났으며 최종적으로 하게된 전투기연료탱크속의 '드레인'작업과정까지 생략되는 바람에 일어난 사고라 했다. 이 얘기는 사고당일인 지난달 14일 예천비행단 소속의 연료점검시스템은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결론이다. 공군전투기비행단에서 과연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이건 군기강해이를 넘어 전투를 앞둔 '군의 공백'이라해야 할만큼 군작전의 포기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라해야 옳다. 우리군 기강해이가 아무리 심하다해도 이렇도록 극심했다는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이날이 장교 심사가 있었다는 방증자료가 시사하는 바 크다. 또 공군출신 항공전문가들의 견해는 항공기 기름탱크가 누수된다는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데다 4, 5단계의 검색과정까지 '고장'났다는 것도 있을수 없는 일로 치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군당국이 발표한 사고원인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더욱 의심이 가는건 사고가 난후 40여일동안 쉬쉬해오다 진급심사에 불만을 품은 한 장교의 제보가 있자 서둘러 사건전모를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이건 조직적으로 은폐유도를 하다 마지못한 타의에 의해 발표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왜 이런 의심스런 행태를 벌인것인지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 다른 비리를 숨기기 위한 고도의 술책이란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 웃지 못할 일은 국방부장관에게 구두 보고를 했다가 신문에 진상이 폭로되자 다시 보고를 했다는 것도 그렇고 지난 9일 국감현장에서 야당의원이 추락의혹을 제기하자 '조사중'이란 거짓 보고도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이건 군이 '안보'를 이유로 그동안 거의 성역시 해온 일종의 '관행'이 불러온 결과이고 이게 투명하지 않는한 앞으로도 은폐기도는 계속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심각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고경위조사에 얽힌 모든 의혹을 납득이 가게 밝히고 이같은 의혹을 남기게 된 인자(因子)는 어디에 있었으며 그 책임소재 또한 분명히 해줄 것을 아울러 당부한다. 이대로 두고선 군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