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혹 무성한 옷로비 실상 드러나나

옷 로비 의혹사건 특별검사팀이 15일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를 긴급체포,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있다.

당장 지난 6월 수사발표 당시 정씨를 무혐의 처리했던 검찰의 위상 추락은 물론, 사건의 줄거리 마저 뒤바뀔 국면이다.

지금까지 이 사건 구도는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가 지난해 12월17일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에게 "김태정 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앙드레김 의상실 등에서 의류를 구입했으니 옷값을 지불해달라"며 2천400만원 상당의 옷값을 대납토록 요구했다는 것.

당시 정씨가 연씨에게 밍크코트 3벌을 보낸 뒤 이씨에게 수천만원의 옷값을 대납토록 요구했다는 게 이씨측 주장이었으나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때 "정황상 정씨가 그럴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본다"며 이씨측 주장을 일축했다.

검찰은 당시 "정씨에 대해 사기미수 혐의 적용을 검토했으나 진술이 모두 엇갈리는데다 범의를 인정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하고 배씨만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반면 특검팀은 정씨가 이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옷값 대납을 요구한 것을 기정사실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수사 당시 이씨가 배씨로부터 "앙드레김 의상실등에서 2천400만원 상당의 옷을 검찰총장 부인과 구입했으니 알고 계시라"는 말을 듣고 최회장에게 얘기해 이를 지불키로 했다가, 정씨와 배씨가 라스포사 옷값조로 수천만원을 추가로 요구하자 당초 약속했던 2천400만원 조차 지불치 않았다고 주장한 부분이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특검팀은 특히 정씨에게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 요구, 약속한 경우'에 해당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함으로써 많은 정황 증거를 확보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즉, 검찰수사와 청문회를 거치면서 신문에 단련돼 온 정씨가 기존 진술을 바꿔쉽게 자백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특검팀이 그간의 압수수색과 수사를 통해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같은 판단에 따라 정씨가 지난 8월 국회 청문회때 "로비 명목으로 대납 요구를 한 적이 없으며 이 사건은 이씨 세자매가 최회장을 구하기 위해 꾸민 자작극"이라고 주장한 것이 위증혐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위증을 일삼은 전력으로 볼 때 정씨가 호피무늬 반코트가 연씨에게 배달된 날이 지난해 12월26일이라고 주장해온 점도 신빙성에 의문이 같다.

작가 전옥경씨등의 진술대로 옷 배달 날짜가 지난해 12월19일로 확정될 경우 연씨는 금년 1월5일 옷을 반환하기 까지 무려 2주일 이상 보관하고 있었던 셈이어서 영득의사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씨에 대한 조사 내용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으며 나머지 배, 이, 연씨에 대해 기존의 진술을 뒤엎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는지 여부는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향후 특검 수사는 정씨가 연씨를 상대로 최회장의 구명을 미끼로 옷값 대납을 요구했는지, 연씨가 자신에 대한 로비를 묵인 내지 방조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사건 초기단계부터 '축소 의혹'이 제기됐던 청와대 사직동팀의 내사결과도 뒤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특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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