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與野 선거법 '언론인 업무정지' 신설 파문

여야가 불공정 선거보도를 한 신문.방송에 대해 취재.집필 또는 방송을 하지 못하게 제재하는 내용의 선거법개정안에 합의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지난 달 17일 소위원회에서 이같은 조항에 합의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여야의 이같은 밀실합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당에 불리한 선거보도를 막겠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언론중재위에 '선거기사 심의위'를 설치, 선거기사의 내용이 공정치 않다고 인정될 경우 해당 기사의 편집, 취재, 집필업무에 종사하는 자와 책임자에 대해 1년 이내의 범위안에서 업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대목이다.

물론 사활이 걸린 선거에서 공정한 선거보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기본적으로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우선 '불공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선거보도를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때마다 여야 으레껏 불공정보도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선거기사의 불공정 여부 판단은 선거 당사자가 아니라 독자와 시청자의 몫이다. 그런데도 국회가 추천하는 인사가 포함된 선거기사 심의위가 불분명한 기준으로 기사의 불공정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은 정파적인 이해관계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또 언론인의 취재.편집, 방송업무를 정지시킨다는 제재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지적이다. 외국에서도 전례가 없는 언론인의 활동정지는 언론자유에 바탕을 두고 선거보도에 나설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즉 선거에서 자당에 불리한 보도는 막겠다는 데에 여야의 계산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국민회의 이상수 간사는 "언론이 공정보도를 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신영국 간사는 "여당이 제의해 합의해 준 것은 사실이나 한나라당의 당론은 아니다"면서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있는 지는 몰랐다"고 말했다한편 심각한 불공정 보도가 있다면 현행법으로도 특정후보의 지지,낙선을 유도한 행위로 선거법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별도 규정은 필요없다.

결국 민생.개혁입법은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있는 여야 정치권이 언론계나 학계의 의견도 듣지 않고 위헌소지가 있는 독소조항에 서둘러 합의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정파적 이해관계에만 몰두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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