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용총장 "수사팀 전폭지원" 진화

17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8층 검찰총장실.

"수사결과는 내가 책임질 것이고 수사팀엔 전폭적인 신임과 지원을 보낸다."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3차소환및 처리문제를 놓고 검찰 수뇌부-수사팀간의 갈등이 검찰 조직 전체를 술렁이게 하자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박 총장은 이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중수부 수사팀 대변인인 이종왕(李鍾旺) 수사기획관이 한때 사의를 표명한 것도 사실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진상 규명을 향한 의지와 원칙에는 한치의 흔들림이 없고 이견이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전직 검찰총수를 구속한 마당에 더이상 검찰이 축소.은폐.외압.타협에 휘말리게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장감도 엿보였다.

외견상 검찰 내부의 갈등 기류는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기획관이 사의를 철회하고 수사팀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수사팀도 총장의 신임을 받아 정상적인 수사일정을 진행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사태의 전말은 결코 간단치 않다.

검찰의 이상 기류는 1주일전인 지난 11일부터 외부에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때도 역시 박 전 비서관의 소환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부딪혔다.

이 기획관은 대언론 브리핑을 돌연 취소하고 사실상 잠적과 같은 휴식에 들어갔고 신광옥(辛光玉) 중수부장은 휴일인 12일 박 전 비서관을 소환하겠다고 발표했다.사직동팀과 연쇄 대질신문을 받은 박 전 비서관은 당일 12시간만에 귀가했고 금새라도 결판날 것 같았던 사건은 다시 1주일을 끌었다.

이번주도 수뇌부와 수사팀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주초 "갈수록 헷갈린다. 민사라면 몰라도 기소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고, 재소환을 발표한 날에도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극도로 신중한 행보를 유지했다.

반면 수사팀은 박 전 비서관에 대해 이미 심증을 굳힌 터에다 관련자 진술과 물증까지 확보했으니 더 이상 질질 끌 필요가 없다는 단호한 입장으로 맞섰다.

그러나 이 기획관과 주임검사인 박만(朴滿) 부장검사, 검찰연구관 5명으로 구성된 수사팀 내부에서 조차도 강경론과 중립론, 구속 불가론으로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검찰 내부에서도 지역구도로 견해가 갈리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전날인 16일 오후 이 기획관은 수뇌부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옷을 벗겠다"며 강력 반발했으나 수뇌부가 직접 설득에 나서 일단 사의를 거둬 들였다.

그후 브리핑에서 이 기획관은 수뇌부와 이견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고 "모든 걸 명백히 해두기 위해 하루일찍 소환일정을 밝힌다"고 이례적으로 속사정을 드러냈다.반면 일부 고위간부 중에는 "수사기획관은 수사책임자가 아니다"며 이 기획관에게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긴급진화에 나섰던 박 총장도 "어제 브리핑 내용은 성급하게 앞서 얘기한 것"이라며 이 기획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 기획관은 사의를 일단 철회했지만 이날 출근하지 않고 서울 근교로 등산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계속된 수사로 심신이 피로한 상태여서 휴식차원에서 등산을 하러 간 것 같다"며 "지휘부도 용인했고 아마 내일은 정상 출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의 이상기류를 바라본 일선지검은 한마디로 벌집 쑤셔놓은 듯했다.

서울지검 평검사들 사이에서는 '또 다시 수뇌부가 발목을 잡는 게 아니냐. 이번에 그르치면 영원히 검찰이 일어설 길이 없다'는 심각한 위기감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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