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해사 수석합격

여성들의 입김이 나날이 드세지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요즘들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는 여성 파워는 눈부시지만 그러나 따지고 보면 여성 지위 향상의 역사는 무척 짧다. 민주주의의 요람이라는 영국이 30세이상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것이 1918년이었으니 그 나머지는 물으나마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여학생 운동회중 하나는 1909년에 열린 한성여고(경기여고 전신) 운동회였다. 순종황제 내외분이 임어한 가운데 창덕궁 비원에서 열린 이 운동회는 가까스로 열린 만큼이나 뒷말도 많았다. 여학생들이 달리기, 뜀뛰기, 공던지기를 하는 동안 치마 말이 흘러내려 기겁을 하는 것은 또 그렇다치자. 그러나 일부 보수파 선비들의 비난은 격세의 감을 느끼게 한다. 이들은 여학생들의 어전운동회를 두고 "여학생들이 반나체로 요염과 교태를 부려 순종 임금을 홀리려 했다"고 떠들었다니 요즘의 여성 스포츠를 이들이 본다면 어떤 느낌을 가질는지…. 어쨌든 우리네 할머니들은 쓰개치마를 쓰고 소풍을 갈 만큼 폐쇄됐었다. 그때로부터 80여년 남. 여성의 사회진출은 정말 눈부시다. 육군사관학교 수석합격의 영광을 사상 최초로 여성이 차지하더니 잇달아 2000학년도 해군사관학교 수석합격 역시 여성이 차지, 여성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골프의 박세리, 김미현 등의 여성 러시에 이어 이제는 한때 금녀(禁女)의 집이기도 했던 사관학교에 이르기까지 여성 파워는 그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남성들이 점차 여성화되면서 나약해지고 있는 때문일까. 아니면 5천년간 억압 받았던 여성의 한(恨)이 활화산처럼 폭발한 탓일까. 분명한 것은 21세기 인류문명은 과거처럼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적인 섬세함과 감성높은 지적활동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