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대 의대 인공간 연구개발팀

동물이나 사람의 간세포를 이용해 만든 생 인공간을 인체에 실제 적용, 급성 전격성 간부전 등 사망률이 높은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시킨다.

이처럼 꿈같은 일이 빠르면 오는 2000년대 상반기중에는 실현될 전망이다. 인공장기시대가 활짝 열리는 것이다.

경북대의대 생체분자공학 실용화연구소 인공간 연구개발팀인 정준모(경북대의대 내과)·김양일(경북대의대 일반외과)·황윤진(경북대의대 일반외과)·강인규(경북대공대 고분자공학과)·조진호(경북대의대 의공학과)·이종원(대구효성가톨릭대의대 생화학과)교수가 4년째 인공간 개발에 나선 결과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간'이란 동물이나 사람의 간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사람의 간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인공장기를 말한다.

경북대의대에 인공간 연구개발팀이 구성된 것은 재일교포 2세로 일본 오이타국립의대 일반외과 주임교수를 역임한 김양일(50)교수가 경북대의대에 발을 디딘 지난 97년. 말기 간질환 환자의 경우 간이식을 위한 간 공여자를 기다리는 동안 생명을 연장시키는 수단으로 인공간과 같은 보조장치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 때문이다.

간은 심장·폐·신장 등 비교적 단순한 기능을 수행하는 장기와는 달리 탄수화물의 대사, 단백질과 효소의 합성, 아미노산과 지방의 대사, 체내 노폐물의 제거 등 복잡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체내 공장이다.

그간 동물을 상대로 연구에 몰두해온 이 연구개발팀은 지난해 정부에서 연구비를 지원하는 지역협력연구센터가 설립되면서 인공장기 개발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구개발팀은 수술 및 강의가 없는 시간이면 한자리에 모여 동물을 상대로 수술 및 연구에 들어간다. 이에따라 3년째 매주 수요일마다 돼지 두마리가 희생양이 된다. 한마리는 인공간의 원료를 제공하고 다른 한마리는 인공간을 연결하는 실험의 대상.

이들은 돼지에 '체외형 인공간'을 연결해 25시간동안 죽음을 유예시키는 등의 1차 연구결과를 지난 4월 보건복지부와 학계에 공식보고 하기에 이르렀다. 이 연구는 간 기능이 떨어져 피속의 독소를 처리하지 못하는 말기 간질환 환자의 피를 체외로 빼내 인공간에서 해독한 뒤 다시 몸속에 넣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체외형 인공간은 간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생명을 연장할 수 있으며 급성 간부전으로 3, 4일간의 고비를 넘겨야 하는 환자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또 일부 경우에서는 기능이 떨어진 간을 정상 기능으로 회복시킬 수도 있다.

연구개발팀은 환자가 돼지 간 포에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 2000년대 상반기중 아시아 최초로 환자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인공간에 대한 임상실험을 실시할 계획으로 있다. 이를위해 돼지 간 세포를 인간의 면역세포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포장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체외 인공 간기능 보조기 개발을 위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20년전부터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지금까지의 성과는 간질환에서 치명적인 저분자량의 독성물질 제거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복잡다양한 간기능을 대체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은 실정이다

일부 국가의 경우 분리된 돼지 간세포를 이용한 생 인공간을 사람에게 적용시켜 비교적 좋은 성적을 얻기도 했지만 조직공학에 의한 간세포의 효율적 배양 및 장기간 저장, 면역체계와의 격리, 인계체와 인수체의 공통 감염병의 방지, 경제성 있는 장치 개발 등을 숙제로 남겨두고 있는 상태.

경북대 인공간개발연구팀는 독자적으로 인공간 개발에 나서고 있는 일본 교토대학 및 나가사키대학과의 정보교환 등 교류를 통해 이같은 기존의 문제점을 완전 해결한 인공간 개발을 목표로 정하고 있다.

이밖에 간질환 치료에 내과·외과·방사선과 등이 공조,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경북대병원은 연간 100차례의 간절제 수술을 시행하면서 수술후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을 완전히 없앴다. 97년이후 수술합병증에 의한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상태. 이 결과 경북대병원의 간암의 외과적 수술 성공률은 2년생존율 기준 80%의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는 김양일 교수가 개발, 적용하고 있는 '간냉각 절제술'이 크게 기여했다. 간냉각 절제술은 간 절제수술을 위해 간으로 들어가는 혈관을 막기전에 간을 섭씨 15도로 냉장, 손상을 막는 방법. 이 방법을 쓰면 환자의 70~80%가 수혈을 하지 않아도 되고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간암수술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던 3년전 의술과 비교할 때 괄목할만한 발전을 한 것이다.

간질환 분야의 권위자인 정준모(63·내과)교수는 "국내 간질환의 대부분은 B형간염→만성 간경화→간암의 과정을 거치므로 B형간염을 잘 관리하는 것이 간질환 악화를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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