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가 그런대로 선명한 모습을 띠기 시작하는 것은 B.C 1111년 건국의 주(周)나라 때부터. 우리 한반도가 그보다 1천여년이나 지나야 부족국가 모습이나마 보여 줄 수 있는데 비하면, 중국은 얼추 1천500여년 앞서서 역사를 진행시킨 셈이다. 중국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그 역사 자체가 우리 문화에 깊숙이 자리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중국에 꼭 100년 전에 사건이 하나 벌어졌었다. 주나라에 바로 앞서서 270여년간 존재했던 상(商)나라 혹은 은(殷)나라에 관한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 바로 '갑골문'이다. 신화 혹은 전설 속의 나라로 치부되기까지 했던 은나라 관련 기록의 출토는, '고대'에 기초를 두고 축성된 후대의 많은 문화 자산을 재검토케 했다.
갑골문 출토 100주년인 올해 국내에서도 이를 기념하는 단행본이 선을 보였다. 저자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으로 베스트셀러 저술가로 부상했던 김경일 교수. 먼젓번 책은 사실상 나름대로의 문화 소견 모음집 정도로 정리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번 것은 단일 주제를 대상으로 체계를 갖춘 저술이다. 김교수의 전공은 바로 이 갑골문이고, 그는 이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인 1호이기도 하다.
'갑골문 이야기'는 전문적이거나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독자를 위해 씌어진 갑골문 안내서인 것. 그러나 국내에서는 처음 만날 수 있는 제대로된 안내서라고 출판사 측은 강조하고 있다. 또 전체 250여 쪽 분량 중 절반 가까이에 사진이나 도면이 실림으로써, 일반 교양인이 접근하기에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굴된 갑골 조각은 16만 여편에 이른다. 국내에도 진본 한 쪽이 있다. 거기에 씌어져 있는 문자는 총 4천600여 가지. 그 중 1천여 글자는 해독이 완료됐고, 다른 900여 글자도 거의 해독이 완료된 상태.
저자는 그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갑골문의 구체적 문장과 글자들을 독자들에게 경험시킨다. 인문학에 어지간한 관심이나마 가진 사람이면 재미 있게 접할 수 있다.
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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