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중가요 '바꿔'

음악에도 새로운 소리와 리듬이 있어야 관심을 끈다. 이런 음악 속에는 우리들이 살아 있다는 생기와 어딘지 모를 초월적인 힘 그리고 온갖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하는 감동이 맞물려 있다고 해서 인기다. 그래서 대중가요에도 오래전부터 이런 기법을 즐겨 도입해 왔다. 그러나 경험에 비추어 이런 대중음악일수록 대부분 오랜 수명에 이르지는 못한다. 식상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중음악이 갖는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가수 이정현이 부른 대중가요 '바꿔'가 히트하고 있다. 모든걸 다 바꾸고 세상을 다 바꾸자는 노래가 총선과 묘하게 맞아 떨어져 야단이다. 치렁거리는 여가수의 긴 머리칼. 빠른 템포에다 격앙되게 반복되는 바꿔하는 노래말. 그 뉘앙스가 지금 언론매체를 덮고있는 낙선이나 낙천이라는 용어와 오버랩 되면서 엄청 뜨고있다. 벌써 음반 판매량만 50만장을 넘어 섰다니 이런 추세라면 밀리언 세일은 따논당상이다. ▲특히 방송에서 이 노래가 아주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심지어 9시뉴스 시간대에까지 배경음악으로 쓰였으니 야단이 아닐 수 없다. 덩달아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판에서 조차 이 노래를 공식 로고송으로 사용하기 위해 음반제작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사용료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니 이미 선거가 달아 오르긴 올랐나 보다. 아니면 속이야 곪아 터지든지 말든지 이런 노래로 우리는 변화를 추구한다며 겉만 번지르하게 변하는 척하며 대중의 미각이나 달래자는 약은 수작에서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 노래에 귀를 틀어막는 정치인도 많을 것이다. 여의도의 안락의자에 앉아 하품하며 이권이나 물고 늘어지는 선량들에게는 이 노래가 마치 낙엽떨어지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바꿔라니 그들로서야 난데없는 날벼락이다. 시민단체에 이어 대중음악에 주눅이 드는 정치인들이 정말이지 가엾다. ▲대문에 작은 방울이 달려 있었다. 도둑이 이 방울을 훔치려 하자 손만대면 딸랑딸랑 소리가 나 도저히 훔칠수가 없었다. 오랜 궁리 끝에 방울소리가 방해임을 알았다. 방울소리를 듣지 않으면 훔칠수가 있다고 생각한 도둑은 자신의 귀를 막고 방울을 훔쳤다. 방울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대신 방울 주인의 몽둥이 세례는 면할 수 없었다. 대중가요 '바꿔'를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는 정치인들이야 설마 없겠지. 귀를 막아보았자 유권자들의 몽둥이가 있으니 말이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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