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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할머니와 빵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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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동안 받아온 빵이 4개입니다. 물론 노인네들이 선거때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고 칩시다".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40대 주부의 목소리에는 '답답함'을 넘어선 '분노'가 배어 있었다. 그녀의 음성은 서서히 톤이 높아졌다.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죠. 몇 천원짜리 빵으로 소일거리 없는 노인들을 우롱하는 거 아닙니까".

신문사로 걸려온 이 주부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8순의 노모와 함께 살고 있다는 이 주부는 요즘 출근길이 부담스러워졌다고 했다.아파트 경로당으로 찾아오는 관광버스를 타고 노모가 연일 정당 행사에 참석하기 때문이었다. 저녁마다 받아온 빵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노모. 그럴 때마다 딸은 노모가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체육관 등에서 열린 정당 행사가 끝난 뒤 빵을 받으려고 입구에 몰려드는 청중의 모습이 TV에 나올 때마다 가슴이 뛴다"는 이 주부는 '제발 오늘은 가지 말라'고 당부를 하지만 노모는 이미 '빵 받는 재미'에 흠뻑 빠져 소용이 없다고 했다.

"선거때면 당연히 뭔가를 받는다는 것에 익숙해진 노모의 30,40년전 사고가 아직 통용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냉장고에 빵이 쌓일 때마다 내 자신이 무시당하는 것같다"고 하소연했다.

새해 벽두부터 몰아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과 이에 발맞춘 각 당의 정치개혁 선언분명 2000년대 '정치판'은 뭔가 다르게 시작했지만 '선거판'의 모습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전화가 끝날때 쯤 공무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이 주부는 '걱정 아닌 걱정' 한가지를 털어놨다.

"처음 빵을 받아왔을 때 그 사람은 절대 찍지 말자고 남편과 얘기했습니다. 그렇지만 빵이 자꾸 늘어나니 이제 찍을 사람이 없네요".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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