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왕건 옥의 티 제보 쏟아져

사극(史劇)을 만드는 제작자들은 현대물을 만들때보다 몇 배의 고생을 감수해야한다. 극의 구성이나 전개방식도 고민이 되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시대상(時代相)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것.

특히 최근에는 전문가를 뺨치는 시청자들이 많아 어설픈 장면에 대해서는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비난의 화살이 빗발친다.

이와 관련, 지난 4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KBS의 초대형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날카로운 눈을 통해 '옥의 티'를 포착, '정확한 제작'을 향한 노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S가 지난 달부터 PC통신 등을 통해 '태조 왕건'과 관련된 시청자들의 '옥의 티'제보를 받은 결과, 꼼꼼하면서도 재미있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ID '고독한 별'은 "양길이 석남사로 들어오다 자기 딸과 마주치는 장면에서 탑 주위에 페인트칠까지 된 쇠울타리가 보였다"며 "삼국시대에 쇠울타리가 웬말이냐"고 지적했다.

이 사람은 또 "지난 달 16일 방영분에서 견훤이 궁예의 무예를 칭찬하며 손오공이 여의봉을 휘두르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손오공은 이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보다 훨씬 뒤인 중국 명나라때 오승은이 지은 '서유기'에 등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ID 'JELLNAGA'는 "궁예의 이가 드러나는 장면에서 금니를 발견했다"며 "삼국시대에 금니를 심어주는 치과치료가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ID 'OUTSKIRT'는 "'세달사'장면을 '마곡사'에서 촬영했는데, 극중 등장했던 마곡사 대웅보전 앞 5층석탑(보물 제799호)은 원나라때 라마교의 영향을 받아 상륜부에 청동이 얹힌 것"이라며 "이 탑은 고려말을 상징하는 것인데도 후삼국 시대의 배경으로 쓰였다"고 말했다.

이 사람은 이와 함께 "우리나라엔 9세기에 지어진 탑이 고려말에 만들어진 탑보다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은데도 하필 이 곳에서 촬영이 됐느냐"며 "장소 섭외에 신경쓰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KBS '태조 왕건' 제작팀은 통신망을 통해 "잠깐 사이 놓치는 것들이 적지 않다"며 "시청자들의 지적을 겸허하게 좋은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崔敬喆기자 koal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