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 내분 일단 잠복

혼미양상을 거듭하던 현대 내분사태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MK퇴진 불가피론이 흘러나오던 정부쪽 분위기도 한결 조용해졌다.

그러나 사안의 성격상 갈등이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MK·MH 모두 이번 내분사태가 서로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아래 '휴전'에 들어갔다. 정부도 '실익'없는 개입보다는 시장여론을 봐가며 대응한다는 선에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대내분은 '마침표'가 아닌 '쉼표'가 찍힌 셈이다.

◇MK의 굳히기 행보=스스로 공언한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위상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포석들이 준비돼있는 듯하다. 이에따라 그동안 보류해온 세계 선진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공동기술개발 등 미공개 프로젝트가 잇따라 햇빛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협상파트너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MK의 판단이다. 경영혁신과 관련한 MK의 행보도 주목거리다.'품질경영만이 살길'이라고 주창해온 정몽구 회장은 앞으로 현장에서 직접 전문경영인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겠다는 복안이 서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장여론이나 정부측 기류가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이 몹시 신경쓰이는 눈치다. 그러나 경영권 수성(守城)이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게 MK쪽 주장이다.

◇MH의 거리두기=MH 진영은 MK의 경영권 고수에 일절 대응을 삼가고 있다. MH는 그룹해체를 선언한 정 명예회장의 뜻을 '충실히' 받들고 있다는 이미지가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MK와 맞붙어 '이전투구'식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는 피하자는 얘기다. MH의 한 측근은 "멀잖아 자동차 경영권 문제가 정리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도 시장여론을 등에 업은 정부의 개입을 내심 원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오너체제 해체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새로운 '실험'에 봉착한 MH쪽은 솔직히 고민이 많다. 국민들에게 뭔가 가시적인 그룹해체 모양새를 보여줘야 한다는 방향에서 적어도 12층 정몽헌 회장실은 간판을 바꾸는 형태로라도 변화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이 보다 어려운 과제다. 이미 각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구축돼 있지만 기존 오너체제와 어떻게 차별화된 경영체제를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 관망=정부는 일단 관망세로 돌아선 듯한 분위기다. 이미 정 명예회장의 동반퇴진 선언으로 '재벌개혁'의 성과가 거양된 이상 또다시 '칼'을 들어 MK를 압박하는 게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이다.

또 사실상 현대차의 독점체제가 구축된 자동차산업의 특성도 고려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비록 정몽구 일개인의 문제이지만 자동차산업의 수출기여도를 감안할 때 현대차의 급작스런 경영구도 변화가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부차적인 고려요인이라는 분석이 높고 결국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남은 과제=그룹해체나 MK·MH의 결별수순에는 다소간 걸림돌도 있을 듯하다. 공정거래법상 '현대'라는 기업집단의 계열주는 장부상으로는 아직 정주영 명예회장이다. 당초 현대측 계획대로라면 지난달 25일 정 명예회장이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현대상선의 지분 대부분을 매각, 현대자동차 지분을 매입하면서 계열주가 정몽헌 회장으로 이동하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계열주의 요건이 △대주주와 △실질직지배자라는 두가지 요인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정몽헌 회장이 과연 계열주로 등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 명예회장에서 정몽헌 회장으로의 계열주 이전이 안된다면 자동차 계열분리도 만만치 않다. 다시 MK와 MH가 대립될 소지를 안고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가 현대의 그룹해체 방침에 쌍수를 들고 환영한 이상 결별수순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높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