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현대 '형제갈등' 빨리 끝내야

현대그룹 사태는 경영권을 둘러싼 정몽구.정몽헌 회장간의 내분이 정리되지않는 한 근본책이 없을 것같은 느낌을 준다. 최근 현대건설.현대상선 등 계열기업의 유동성부족문제로 재연된 금융시장불안이 정주영 명예회장이 발표한 몽구.몽헌 3부자의 동반퇴진과 자산추가매각 등의 자구노력으로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지난 3월에 불거졌다 잠복한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갈등'의 모습이 다시 수면위로 드러나는 바람에 증시의 관련주가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현대불안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정명예회장이 3부자동반퇴진을 발표했을 때 현대자동차의 몽구회장이 불복의 뜻을 보였고 정명예회장 또한 "뒤에 앉아서 감독만 할 것"이라 한 것등이 발표에 대한 전폭적 신뢰를 하기어려운 미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설사 동반퇴진이 분명하다해도 채권은행으로선 재무개선약정서를 누구와 체결할 것인지의 문제로 경영공백이 우려되는 터였다. 그런 가운데 몽구회장측이 현대자동차의 이사회를 열어 퇴진반대를 공식의결함으로써 동반퇴진조차 불투명해진 것이다. 지금은 몽구.몽헌 두형제의 외유로 일시 소강국면을 맞고있으나 이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장기화된다면 현대계열사들의 위기와 금융시장불안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경제 전체가 엄청난 타격을 입게될 것이다.

이같은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갈등은 정부의 압력으로 정리될 성질이 아님은 분명하지만 '황제경영' 문어발식경영은 더이상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음을 늦게나마 정명예회장도 깨달았던 것이다. 현대사태의 해결은 경영의 투명성확보에 있고 이는 전문경영인체제로 '황제경영'을 탈피하는데 있다고 본다면 정씨3부자의 경영권을 둘러싼 내분은 그와같은 입장에서 해소되는 것이 마땅하다. 정씨3부자의 합의는 말할 것도 없고 그룹계열사간에 복잡하게 얽힌 상호지급보증, 투자지분 등을 조용하고 원만하게 교통정리를 해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형제갈등에서 직접적으로 퇴진을 거부하고있는 현대자동차의 정몽구회장은 스스로 전문경영인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 또한 객관적 평가와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다. 물론 경력으로는 전문경영인의 능력을 가졌다고 자처해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몽구회장도 아버지인 정명예회장의 배려로 오늘에 이르렀고 현대자동차의 대주주라는 점에서 지배구조에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제 현대형제회장간의 내분이 더이상 시장불안을 일으키고 국민에게 피해를 확산시키지않도록 슬기롭고 조속한 단안을 내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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