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화원읍 낙동강변 절벽위에, 이제는 망(望) 80에 이른 역전의 용사들이 50년 만에 모인다. 이 곳에 우뚝 서 있는 육군보병 제8352부대 필승기원비의 주인공들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51년 4월 낙동강 전선 사수를 결의하며 화원읍 주민들과 필승을 다지던 그 자리에서다. 당시 8사단 10연대(육군 제8352부대) 주둔지.
오는 21일 이 부대를 이끌었던 전우들의 해후를 주선한 당시 제8352부대장 이춘경(78)씨는 벌써부터 노안에 흐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강원도 횡성전투에서 중공군 19병단 10만대군의 인해전술에 밀려 1만여명에 이르던 8사단 병력은 대구로 후퇴하면서 2천여명에 불과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씨는 이어 "횡성전투에서 10연대 병력이 모두 포위당하자 연대장과 부연대장은 그 자리에서 자결했다"며 눈시울을 적셨고 "내가 연대장을 맡고 화원에서 300여명에 불과한 병력을 3천500명으로 재편성했다"고 말했다.
이 '필승기원비'는 바로 그 때, 중공군에 밀려 군의 사기가 떨어지고 주민불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화원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8연대가 세웠다. 이 후 전열을 정비한 8연대는 전라도 광주와 지리산 등지의 공비 토벌작전을 거쳐 충북 제천, 강원도 양구, 인제로 치고 올라가 현재의 인제 북방 휴전선까지 탈환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거뒀다.
한동안 세상에서 잊혀졌던 필승기원비는 대구시가 지난해 문화재복원사업의 하나로 낙동강변에서 떨어져 나간 비개석을 인양, 최근 제모습을 되찾아놓으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비석에는 당시 9명이 이름을 새겼으나 오는 21일에는 4명만이 참석할 예정.
당시 부대장 이춘경 대령, 부부대장 이도헌(77) 중령, 작전참모 차만석(79) 대위, 군수참모 이범준(75) 대위, 1대대장 박치옥(75) 중령. 그동안 풍문으로만 서로의 소식을 들었을 뿐 50년동안 한번 만나지도 못했다. 나머지 4명은 생사불명 상태. 거동이 불편한 이도헌씨도 참석이 어려운 형편.
이춘경씨는 "이 중 2명은 당시 전사하고 1명은 중병을 앓고 있다고 들었지만 정확하지 않다"며 "50년만에 전우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면 좋으련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달성군 화원동산에서 열리는 '필승기원비 제막식'에는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에 위치한 현 육군 제8사단 사단장과 10연대장도 참석해 선배들의 회고담을 듣는다.
金炳九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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