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통일은 이미 시작...철조망부터 걷자

"서울에서 평양까지 한달음에 달려갈 겁니다. 이젠 분단의 철조망을 걷어내는 작업을 시작할 때입니다"

분단 반세기만에 이뤄진 남북 정상의 만남에서 장기수 해결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반평생을 0.74평 공간에서 보낸 비전향장기수는 놀라움과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감회가 남다릅니다. 남과 북은 한겨레이지 결코 둘이 아니란걸 새삼 실감합니다"

지난 99년과 91년 각 30여년의 수감생활을 마감하고 양심수후원회의 도움을 받아 대구시 수성구 수성1가 한 단칸방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있는 비전향장기수 김창원(67)씨와 김종호(86)씨.

긴 세월 사상의 굴레에 갇혀온 후유증으로 만성위염과 중풍에 시달리면서도 통일에 대한 이들의 열망은 뜨거웠다.

"통일요? 남북 두 정상이 서로 손을 맞잡고, 평양학생소년예술단과 남쪽 어린이들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그 순간이 바로 통일이지요. 통일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평양에 부인과 2남2녀를 두고 있는 김창원씨는 "가족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겠지만 나자신 북쪽의 가족을 만나는 것보다 전 민족이 하나되는 통일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중풍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김종호씨도 "두 정상이 만찬장에서 '세계인들이 지켜보는데 어떤 답변을 내놓자'고 한데서 이미 좋은 결과를 감지했다"며 "한겨레가 단결해 '적'이 아니라 '하나'가 돼야 한다"고 나지막하지만 또렷하게 말했다.

23평 단칸방에서 병간호와 밥, 빨래, 청소를 하며 서로 의지하고 보살피는 두 장기수의 모습에서 바로 통일의 밑그림이 보였다. 金炳九기지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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