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마스 라커 지음-섹스의 역사

'여자는 남자의 갈비뼈로 만들어졌다'는 성서의 한 구절은 인류 역사에 걸쳐 남녀의 불평등한 관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 되고 있다. 남자란 무엇이고 여자란 무엇인가? 서구인들은 이에 대해 불과 200년전까지 남자는 인간이고 여자는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섹스의 역사'(원제 Making Sex. 토마스 라커 지음, 이현정 옮김, 황금가지 펴냄, 480쪽, 1만8천원)는 사회적인 성(gender)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인 성(sex)도 변하지 않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이해 관계에 따라 재구성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서구 역사에 있어 17세기까지 인간의 몸은 간단히 남성의 몸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여성의 몸은 남성의 몸과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줄 때에만 나타났으며 남자 또는 여자가 된다는 것은 신체적으로 남녀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특정한 문화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고대 로마의 의사이자 위생학의 아버지로 통하는 갈레누스가 '남성 성기의 모든 부분이 위치만 바뀌어 여성의 성기가 된다'고 규정한 말은 여성이 '불완전한 남성'이라는 것을 뜻했으며 이 시기까지의 지배적인 관념으로 자리잡았다.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여성의 몸이 독자적 연구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여성의 뼈, 신경,생식기관의 특징 등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이뤄졌으며 이로써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성 모델이 정착됐다. 이는 프랑스 혁명으로 귀결되는 투쟁을 통해 시민사회가 형성되는가 하면 계몽주의 철학이 대두하는 등 변화가 일어난 시대적 상황에서 이전의 시각으로는 더 이상 '여성'을 바라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미국 버클리대학의 역사학자인 저자는 방대한 자료와 꼼꼼한 연구를 통해 생물학적 성이 시대와 문화 배경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해왔음을 알리고 있다. 오늘의 시각으로 보면 어처구니 없는 생각들이 판을 치던 옛날의 남녀관을 포함, 현대의 고교 생물학 교과서에 나오는 '난자를 향해 접근하는 정자 모형도'조차 여성의 수동성과 남성의 능동성이라는 사회적 인식에 바탕한 가변적 남녀관일뿐이라고 꼬집고 있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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