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트남 고속도로 건설 논란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이 요즘 남북을 가로 지르는 1천690km 고속도로 건설을 두고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치열한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 도로 이름은 '호치민 하이웨이'. 베트남전 당시 베트콩과 월맹군이 정글을 뚫고 보급로로 활용했던 '호치민로'를 따라 건설되는데 착안한 것이다.

정부는 2003년까지 4억 달러(약 4천400억원)를 투입, 하노이와 호치민시를 연결하는 제2의 고속도로를 완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지난해 확정지었다. 중부지역 홍수로 1번도로 곳곳이 몇주일간 마비되는 교통대란을 겪고 새로운 국가 기간도로 구축 필요성을 절감한 것.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새 도로건설에 드는 비용이 정부 예상 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반대이유는 '돈'이 아니다. 노선이 제1 국립공원을 비롯, 10여개의 자연 보전지역을 통과하거나 스쳐 지나간다는 사실이 환경주의자들에게 충격을 준 것. 베트남 자연 보전지역은 유네스코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할 만큼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이자 생물학적 다양성이 잘 보존된 곳이다. 새 도로가 나면 사람들의 대거 이주가 시작돼 원시림이 파괴될 것은 뻔한 일.

또 새 도로가 정글 속 소수민족에게까지 병을 확산시키는 통로가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도 가세했다. 베트남에선 이미 25만명이 에이즈에 감염돼 공중 보건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중이다.

생명에 대한 직접적 위험도 있다. 베트남전 당시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려는 미군이 이 지역을 집중 폭격, 아직도 수많은 불발탄과 지뢰들이 건설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판여론을 의식한 베트남 정치국은 지난주 "국립공원 지역의 자연파괴 가능성을 다시 조사, 노선을 우회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베트남의 '개발' 대 '보호' 논쟁은 이 지역 자연환경의 중요성 때문에 세계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石珉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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