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청은 가난뱅이다. 지난해말 연가를 가지않은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수당 5억원도 없어, 대구시에 손을 내밀어야했다. 지난해 세입.세출결산때도 경상비 부족액이 20억원에 달해 대구시로부터 긴급 교부금을 보조받아 겨우 해결했다. 이천동과 봉덕동에 소방도로를 낼 계획을 세웠으나 돈이 없어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몇년전부터 주민들이 끊임없이 도로개설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다리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말이 자치단체이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인건비같은 경직성 예산보다도 적은 쥐꼬리만한 사업예산(245억2천만원)도 대구시와 국비 보조가 90% 가깝다. 자체 사업비 31억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기본적 주민복지비용 충당 정도다. 말하자면 남구청 살림살이가 중앙 예속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구청도 남구청과 재정상태가 비슷하다. 98년부터 14개 주거환경개선지구내 소방도로 28km를 개설할 돈이 없어 전액 시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올해도 대구시로부터 50억원을 지원받고서야 몇년째 미뤘던 13곳의 소방도로 개설공사를 가까스로 할 수 있었다.
경북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3개 시.군 중 16개 시.군이 지방세 수입으로 직원 인건비조차 지급하지 못한다. 청송군의 경우 총 사업비 4억원인 파천면 중평보 개체공사를 98년 9월 착공했으나 사업비 3억원을 확보하지 못해 3년째 손을 놓고 있다.
군위군은 대부분 일제때 쌓은 362개 저수지가 물이 새고 있는 것을 보고 있지만 거기까지 돌아갈 예산이 없어 발을 구르고 있다.
명색이 시인 상주도 화남면 평온~동간리간 군도 4km공사를 4년째 계속하고 있다.97년 착공한 외남면 소은리~공성면간 3km군도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을 비롯 전국 기초자치단체들은 이처럼 긴급한 주민숙원사업조차 해결할 능력이 없다. 외환위기 이후 기초자치단체들의 애옥살이 살림은 더욱 심화돼 일부 자치단체의 재정상태는 거의 파탄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 250개 기초자치단체 중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도 지급못하는 자치단체가 140여개에 달한다. 대부분 비수도권 지역임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부채도 엄청 늘고있다. 지난95년 민선단체장 선출당시 전국 자치단체의 지방채 발행규모는 11조원에 불과했으나 5년새 6조원이 늘어 17조원으로 불어났다. 일반 기업이나 가정살림살이라면 거덜이 나도 몇번은 났을 것이다.
시.도라고 기초자치단체보다 나을 게 없다. 외환위기 전 대구시의 자체 수입은 7천억원을 넘었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 취득세.등록세 등 시세가 잘 걷혔다. 그러나 올해 대구시가 예상하는 시세수입은 약 7천억원 정도다. 경기회복과 함께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났다고 하나 '일등 국민'들이 사는 수도권의 얘기일 뿐 외환위기 이전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조기현 대구시 기획관리실장은 "외환위기가 없었다면 자체 수입이 1조원을 넘었을 것"이라며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된다"고 밝혔다.
조 실장이 걱정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시세가 크게 늘어날 것같지 않은데다 정부지원도 기대난이기 때문이다. 또 내년부터 갚아야 하는 단기부채 규모가 크다. 따라서 빚을 내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구시의 99년말 기준 총 지방채 발행규모는 2조3천969억원에 달한다. 이 중 지하철 부채 상환잔액은 8천588억원으로 총부채의 35%를 넘는다.
지방채가 이처럼 폭증한 것은 민선시장 선출이후인 95년부터다. 94년엔 대구시의 총부채가 8천77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민선시장 선출이후인 95년 1조595억원으로 늘어난 뒤 99년에는 2조3천969억원으로 늘어 5년간 지방채 규모가 173%나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 34.6%)
대구시 관계자는 "지방채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원리금 상환부담이 과중되고 있으며 채무상환비율이 높아 신규 지방채 발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단기성 지방채 상환이 내년과 내후년에 집중돼있어 다시 빚을 얻어 빚을 갚아야 할 형편이다.(상환해야 할 대구시 지방채는 2001년 6천465억원, 2002년 5천284억원)
경북도의 재정상황도 대구시보다 나을 게 없다. 경북도와 23개 시.군을 합한 평균 재정자립도는 33.8%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각 단체장들은 틈만나면 지방교부세율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경북도 예산관계자는 "지방세 중심의 세제개편은 해봐야 광역시와 충남북 이북의 수도권 자치단체는 득을 보겠지만 세원이 없는 비수도권은 소용이 없다"며 "일본의 지방교부세율 20%대에는 못미치더라도 최소한 대통령 선거공약수준인 17,18%대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도의 올해 도세수입은 3천400억원으로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의 도세는 1조8천억원으로 경북의 6배에 이른다. 전국에서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는 유일한 자치단체가 경기도와 경기도내 20여개 시지역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중앙부처는 툭 하면 지방재정이 방만하다고 하는데 쓸 돈이 없는 터에 방만할래도 할 수가 없다"며 "정부는 국가위임사무만 넘길 것이 아니라 재정도 함께 이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획예산처가 지방의견을 수렴한다고 해놓고 반영한 적이 있느냐"며 "언론플레이만 할 게 아니라 실제적으로 지방재정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지방재정이 파산지경에 처했지만 중앙정부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정부재정도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에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여력이 없다며 지방사정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다.
중앙이 이처럼 쌀쌀맞자 대구시는 지난 6월초 경제장관 및 전국 시.도지사회의에서 지방소비세 신설을 요구했다. 국세인 부가세를 '공동세'로 운영, 부가세의 10%를 지방소비세로 달라는 얘기다. 6월말 대구서 열린 영호남 시도지사회의에서도 지방재정을 살릴 수 있는 세제 개편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방정부는 모두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였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묵묵부답이다.
曺永昌기자 cyc1@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