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IMT2000은 차세대 꿈의 이동통신인가. 국내 통신업체를 위시한 재벌그룹은 21세기 사운을 걸고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일대 접전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IMT2000 수혜주'란 수식어가 붙은 종목이 매번 빼놓지 않고 추천종목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IMT2000은 2002년 월드컵을 겨냥한 한바탕 쇼'라는 냉소적인 비아냥부터 '현재 기술 수준으로 볼 때 이동 중 동영상을 보며 통화하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비판도 나온다.
또 IMT2000 서비스가 실시된다 해도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들이 얼마나 새로운 서비스로 옮겨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막대한 초기 시설 투자비용이나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거액의 출연금 등을 고려할 때 과거 PCS처럼 초덤핑가로 IMT2000 단말기가 보급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다시 말해 PCS의 출현으로 무선호출과 시티폰이 일거에 초토화됐던 것과 같은 현상이 IMT2000에서 재현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평가다.
단말기 가격은 IMT2000 성공의 최대 관건 중 하나다. 광대역 데이터망과 화상을 담아내는 최첨단 전화기라도 값싸게 보급되지 않는 이상 일반인들이 구매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보인다. 특히 일반 휴대전화와의 호환이 완벽하게 지원하지 않는 이상 IMT2000 가입자끼리만 통화하려고 이를 구입하는 사람은 더욱 적어질 것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마이클 캘린더 IMT2000 표준화협회 의장은 "IMT2000이 보급돼도 최소 10년간 휴대폰과 공존할 것이며 시장도 이원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이동통신이 등장해도 기존 이동전화 시장성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뜻이다.
게다가 '세계이동전화'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됐다. IMT2000은 세계 어디서나 하나의 단말기로 통화할 수 있는 '글로벌 로밍(Global Roaming)'을 추구하고 있지만 세계 공통주파수 사용과 기술표준의 단일화 합의가 무산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단일주파수를 통해 세계이동전화가 구현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난 96년 미국이 PCS 경매를 통해 IMT2000 주파수 대역 일부를 미리 사용하면서 이런 기대는 일단 물건너 갔다.
또 북미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와 유럽의 GSM(지구이동통신체계)진영이 동기식과 비동기식이란 기술표준을 두고 서로 양보하지 않음으로써 기술표준의 단일화도 불가능해졌다. 양측은 '두 표준을 모두 인정하되 상호 협의 하에 로밍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IMT2000은 서로 다른 주파수 대역에서 모두 사용가능한 '듀얼모드' 단말기가 개발되지 않는 한 반쪽짜리 세계이동전화에 불과하게 됐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