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인터넷 등 첨단 분야에서만 벤처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분야에서도 도전정신만 살아있다면 얼마든지 벤처로 성공할 수 있다.
여성 사업가 김찬월씨(47)는 가발을 연구해 벤처 인증을 받았다. 답답하고 탈모를 오히려 부추기는 기존 가발의 단점을 보완해 '가모(假毛)'라는 진짜같은 가발을 개발했다. 10여년에 걸친 연구 끝에 나온 것. 지난해 발명특허를 받아 세간의 화제가 됐으며, 지난 5월엔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아 전문 벤처사업가로 변신했다.
대구시 중구 삼덕동 '김찬월헤어연구소'를 운영하는 김 원장은 '가모 연구가'로 불리길 좋아한다. 단순히 가발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개성을 최대한 살려 말 그대로 가발처럼 보이지 않는 맞춤가발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처음엔 저도 두 딸을 둔 평범한 가정주부였어요. 형편이 워낙 어려워지는 바람에 뒤늦게 미용기술을 배웠죠. 딸 아이를 업고 미용학원을 다녔어요. 미용사로 처음 시작할 땐 수입이 제법 쏠쏠했어요. 그때 미용사로 만족했더라면 이런 일을 못했겠죠"
사고로 머리가 빠진 손님이 찾아온 덕분에 우연히 가모연구를 시작한 김 원장은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특허기술을 개발했다. 머리카락으로 고정틀을 만들고 여기에 부분가발을 정교하게 묶는 것. 머리카락을 세밀하게 연결하는 특수기술로 탈모, 가려움 등의 부작용이 없고 통풍이 잘되고 가모를 쓴 채로 머리를 감을 수도 있다.
부분가발의 가격은 100만원선으로 기존 패션가발의 10배가 넘는 가격이다. 사람의 인모만을 소재로 완전 수제품으로 100% 주문 제작하기 때문. 숙련공도 하루에 1개 정도 밖에 만들지 못한다. 가모제품은 현재 서울 성수동 직영공장에서 제작된다.
가모전문가로 소문이 나면서 외지 사람들도 몰려들었다. 서울 종로에 지점을 개설한 지 2년만에 강남에 70여평 규모의 매장으로 확장 이전할 정도였다. 조만간 대구 삼덕동 지점도 범어네거리 부근으로 매장을 넓혀 이전할 계획이다. 현재 부산점도 운영 중이다.
"7년이 넘도록 가모연구를 하고 있는데도 새로 손님이 찾아오면 손 끝이 떨려요. 탈모를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르지만 당사자의 마음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거든요. 이런 손님들을 대할 때면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심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조금씩 북돋운다고 생각합니다. 벤처로 인증받은 만큼 앞으론 제 기술을 본격적으로 전수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특수가모의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金秀用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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