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총체적 안전불감증

꽃다운 나이의 남.여 고등학생 13명을 비롯, 100여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아비규환을 연출한 14일 김천지역 교통사고는 또 다시 우리 모두의 총체적 안전불감증과 무질서, 상업적 이기주의 등을 확인한 현주소였다.

사고 발단이 된 5t트럭은 1차로에서 빗길 과속운전을 하다 미끄러져 대형 참사의 서막을 열었고 뒤따르던 사고 차량 6대 모두 안전거리를 준수하지 않아 연쇄 추돌하거나 차선을 이탈해 벼랑으로 떨어졌다.

또 이번 사고구간인 추풍령에서 1km남짓 하행한 지점은 경부고속도로 개통후 2년 뒤인 지난 75년 48명의 사망자를 낸 것을 출발로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잇따라 김천시가 거듭 개선을 요구해 왔으나 당국인 한국도로공사는 번번이 이를 방관, 묵살하는 안전불감증을 보였다.

사고수습위원장인 박팔용 김천시장은 15일 "이 구간은 오른쪽으로 굽은데다 오르막에서 갑자기 내리막 경사로 이어져 사흘전에도 화물차가 전복되는 등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도로공사측이 이에 따른 설계 변경 등의 대책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직껏 종무 소식"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이 지역을 지나던 차량들도 나만 빨리가면 된다는 이기심과 무질서의식은 비상 긴급 차량이 다녀야 할 갓길까지 메우면서 그 극치를 이뤘다. 사고가 나면서 1,2차로가 모두 막히자 운전자들은 갓길을 파고 들었고 이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사고 현장에 도착해 인명 구조작업을 펴야 하는 119 소방대와 경찰 차량 등 긴급 차량 소통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부산 부일외국어고의 이치에 어긋난 수학여행 관행도 아름다운 나이의 우리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적잖은 원인이 됐다. 부일외고측은 1학년 학생 285명을 한 여름 장마철에다 태풍주의보가 내린 지난 11일 설악산 등 강원도 일대의 3박 4일 수학여행을 강행, 이같은 변을 불렀다. 학부모 김모(45.부산시 사하구)씨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당시 수학여행단을 실은 대륙 관광 버스 기사들이 음주 운전을 했다는 일부 학생들의 의혹제기는 차라리 입을 다물게 만든다. 사고를 낸 수학 여행 버스단의 2번째 차량인 부산 70바 3915에 탑승했던 양모(일어과 1년)군 등 3명은 "이날 독립기념관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든 운전사들의 식탁에서 소주병을 봤다"고 말했다경찰은 버스운전사들의 혈액을 채취, 그 진위를 조사중이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裵洪珞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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