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라크 총리 중동협상 타격

이스라엘 대통령 선거 결과가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우파 리쿠드당의 모셰 카차브(55) 의원이 31일 실시된 의회(크네세트) 대통령 선출 투표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시몬 페레스(76) 전 총리를 누르고 선출된 것. 이는 개인적 승패 뿐 아니라, 중동회담을 주도하고 있는 바라크 총리에 대한 반발적 성격도 있는 것이어서 의미가 또 다르다.

◇선거 과정=의회 1차 투표에서는 양측 모두 과반수 득표에 실패, 2차 투표가 치러졌으며, 카차브가 63대 57표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카차브는 1차 투표에서도 60대 57표로 우세를 보였었다.

페레스 전 총리는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지켜 당선이 유력시 됐으며, 이번 패배로 50년 정치경력에서 가장 치욕적인 결과를 맞았다.

이번 선거는 바이츠만 전 대통령이 프랑스 기업인으로부터 수십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사임해 실시됐다. 총리에게 정치 권력이 집중된 이스라엘에서 대통령은 상징적 지위에 불과하지만, 바이츠만은 대통령 지위를 활용해 중동평화 협상을 효과적으로 후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출의 의미=무명에 가까운 카차브가 대통령에 선출됨에 따라 바라크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존속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바라크 총리는 페레스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카차브의 선거운동을 지휘했던 리블린 의원은 "이번 투표결과는 바라크 총리의 연정이 머지않아 붕괴되고 조기총선이 실시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카차브는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을 비롯해 대폭적인 대 팔레스타인 양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리쿠드당 당원들 처럼 카차브 역시 팔레스타인과의 오슬로 평화협정 체결 자체를 이스라엘의 실수이자 비극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직후에 계속된 투표에서 이스라엘 의회는 우익 야당들이 제출한 바라크 총리 불신임안을 일단 부결시켰다. 바라크는 이로써 일단 위기를 넘기고 오는 10월 의회가 다시 개원될 때까지는 불신임 위협을 받지 않게 됐다.

야당측은 바라크 총리가 최근 캠프 데이비드 중동 평화회담에서 팔레스타인에 영토를 할양할 용의를 표명했다는 이유로 불신임안을 제출했었다.

◇카차브는 누구?=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에서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우익 리쿠드당 소속이지만 자기 색깔은 옅다. 그는 자신이 △여러 계층간 화해를 이룩하는데 가장 적임자이며 △유대교 율법을 엄격히 지키는 종교인으로서는 첫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역설해 의원들의 표를 얻었다.

그는 '2등 국민'이라고도 불리는 '세파르디 유대인' 출신인 것. 이 집단은 이스라엘 건국 초기 아랍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이주해 온 유대인으로, 이스라엘 하층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정치권을 비롯한 이스라엘 상층부는 유럽 출신의 이른바 엘리트 유대인인 '아시케나지'가 차지하고 있다.

이란 태생인 카차브는 1948년 세파르딕 이주민 임시수용소에 정착했으며, 빈민촌인 키르야트 말라치에서 성장했다. 24세에 그곳 시장에 선출됐으며, 1977년 우익 리쿠드당 의원에 첫 당선된 이후 내리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교통부장관, 관광장관, 부총리 등을 지냈다.

◇자국내 반응=우파 야당들은 바라크 총리의 실정을 심판하는 것이라며 승리를 자축했다. 반면 노동당 등 좌파계 정당들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면서 바라크 총리가 이번 패배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을 우려했다.

바라크 총리는 선거 직후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중동 평화협상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이제 협상의 공이 팔레스타인 쪽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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