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체 동면술 현재로선 불가능

공상과학소설에 종종 등장하는 이야깃거리 중 하나가 인공동면이다. 과거 동면에 빠진 주인공이 미래 어느 시점에 깨어나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는 줄거리. 또는 장거리 우주여행에서 몸을 순간적으로 얼어붙게 만들어 수년간 잠들게 만드는 신기술도 영화 '로스트 인 스페이스'에서 등장했다. 과연 인간이 곰처럼 겨울잠을 자는 것이 가능할까. 흔히 잠과 비교되는 최면이나 마취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인공동면=곰이나 개구리는 겨울잠을 잘 때 체온이 내려가고 신체 대사량이 급격히 줄지만 생명은 꾸준히 유지된다. 이런 기술을 인체에 적용할 순 없을까. 현재 의학기술로 불치병에 걸린 환자를 동면시킨 뒤 미래에 치료법이 개발된 뒤 깨어나게 한다면.

사람의 체온이 30℃ 안팎으로 떨어지면 심장 박동이 멈추고 18~20℃에서는 뇌의 대사기능도 거의 멈추는 '순환정지상태'에 이른다. 특히 체온이 20℃가 되면 인체 대사에 필요한 산소공급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심장이 멈추고도 살아있는 일종의 가사상태로 빠진다. 문제는 이러한 가사상태를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없다는 점. 20℃ 이하 저체온상태라도 일정시간이 지나면 인체 주요 장기내 세포들이 손상되거나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20℃ 정도의 저체온상태에서 수술을 할 경우 안전한 시간은 1시간 남짓. 체온을 더 낮추면 안전시간이 길어지지만 그렇더라도 한계는 있다. 게다가 심장, 간, 신장 등 신체 장기가 저온에 견딜 수 있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무턱대고 체온을 낮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직 인간이 겨울잠에 빠지려면 상당한 세월이 걸릴 전망이다.

◆인체냉동=영화 '데몰리션 맨'이나 '로스트 인 스페이스'에서 등장하는 냉동인간은 언제쯤 등장할 수 있을까. 저체온으로 유지하는 동면과 달리 인체냉동은 말 그대로 몸을 얼린 상태로 보관(?)하는 기술이다. 상상에서나 등장했던 인체냉동이 최근 들어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토끼 등 일부 포유류의 동결과 해동은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포 1개를 얼렸다가 녹이는 실험은 일찍부터 시행돼 왔다. 삼투압을 이용해 세포내 수분을 빼내고 대신 동결보호제를 투입해 얼린다. 해동할 때 이 과정을 거꾸로 하면 세포는 다시 정상적으로 활동한다. 그러나 동결 대상이 수정란 정도만 돼도 세포가 크고 복잡해져 동결하기가 쉽지 않다. 수정란의 동결기술은 70년대 들어 가능해졌다.

세포 1개를 동결시키는 것은 몰라도 인간과 같은 생물체를 얼렸다가 되살리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세포를 아무런 사전처치 없이 동결시킬 경우 세포내 수분이 얼음을 형성해 조직을 파괴하기 때문에 이를 해동시키더라도 되살리지 못한다. 결국 냉동인간을 만들 수 있는 핵심기술은 얼음결정의 형성을 효율적으로 막는 것이다.

◆최면=100년전 만해도 최면과 수면을 같은 현상으로 생각했다. 때문에 최면을 뜻하는 영어 'Hypnosis'도 원래 라틴어의 '잠'에서 유래했다. 이처럼 오랜 역사동안 최면과 수면을 동일시한 까닭은 주변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 또 심장박동수, 호흡수가 줄고 혈압이 낮아지며 체온이 증가하는 등 생리적 현상도 같다.

그러나 최면과 수면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최면은 의식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무언가에 강하게 집중해 주변에 대한 인식이 없어진 고도의 각성상태, 즉 무아지경이다.

최면과 수면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뇌파다. 최면시 뇌파는 깨어있는 상태에 주로 나타나는 베타파를 중심으로 한다. 다만 깨어있을 때보다 알파파가 조금 증가할 따름이다. 알파파는 심신이 이완된 상태, 즉 잠잘때 주로 나타난다. 수면시에는 느린 알파파가 집중적으로 나타나 깨어있을 때의 뇌파와 확연히 구별된다. 따라서 최면과 수면시 생리적인 변화가 비슷한 까닭은 신체가 긴장을 풀고 느슨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며, 정신적으로 주변에 대한 의식이 없는 수면과 그렇지 못한 최면은 전혀 다른 상태다.

◆마취=전신마취는 깊은 잠과 비슷하다. 우선 무의식, 무통증, 무반사, 근육이완 등 잠 잘 때와 비슷한 상태에 놓인다. 그러나 마취도 수면과는 몇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전신마취는 마취제로 뇌의 작용을 억제해 기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킨 것이다. 때문에 잠과는 달리 마취제가 작용하는 동안 통증이나 반사가 전혀 없다. 게다가 전신마취가 아닌 국부마취나 얕은 마취의 경우 뇌의 기능에 별 영향이 없이 특정부위의 신경 자극전달 경로만 막았기 때문에 의식은 완전히 깨어있는 상태다.뇌파도 다르다. 느린 알파파가 나오는 수면상태와 달리 마취상태에선 델타파와 테타파를 주로 하는 매우 느린 뇌파가 나온다.

金秀用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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