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줄 알고 왔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10남매 중 남동생 4명을 만난다는 설렘을 안고 왔던 송혜숙(77·대전 중구 유천동)씨는 넷째 기원(57)씨와 일곱째 기열(51)씨를 만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살아있다고 통보받았던 다섯째와 여섯째 동생이 이미 오래 전에 숨졌다는 것이다.송씨는 "여기 와서 동생 2명이 죽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가슴 한 쪽이 텅 빈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살아있는 동생들의 손을 붙잡고 한탄했다.
○…100번째 방문단에 턱걸이 한 김준섭(67·서울 강동구)씨는 행운이 겹쳤다. 태어나지도 않은 동생까지 만나 상봉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동생 창섭(62)씨와 경숙(54)씨를 만나러 올라왔는데 뜻하지 않게 여동생 영숙(41)씨를 만나게 됐다.
이재경(80·경기 부천시 원미구)씨와 상환식(74·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씨는 그보다 더한 축복을 느꼈다. 죽은 줄 알았던 가족들이 '살아 돌아왔기' 때문이다.
"죽은 줄 알았는데 동생 종경이, 원순이 다 살아있구나. 이제 됐다 됐어"
이재경씨는 딸 경애(52)씨만의 생존을 확인한 채 북측에 갔는데 생사확인이 안됐던 동생과 조카 등 일곱 가족이 모두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소식에 어린아이처럼 뛸 듯이 기뻐했다.
○…북측이 남측 방문단을 성심성의껏 맞이하는 모습들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16일 아침에는 이날 71회 생일을 맞은 이동선(전남 해남군 황산면)씨에게 '특별 생일 케이크'를 전달해 축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륜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남측 방문단 동정을 전하면서 "고려호텔측은 오늘 71세 생일을 맞은 이씨를 위해 특별 케이크를 제공하고 축하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북측에 거주하는 여동생으로부터 꽃다발도 전달받았다.
○…척추질환 때문에 휠체어에 의지한 채 의사의 여행금지 권고에도 오빠와 사촌동생을 만나러 먼 길을 온 김금자(69·여·서울 강동구 둔촌동)씨는 15일 단체상봉에서 오빠와의 상봉이 이뤄지지 않은 아쉬움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김씨는 오빠기 살아있는 줄 알고 부푼 가슴에 북한 땅을 찾았으나 막상 고려호텔 상봉장에는 사촌자매 2명만 나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15일 실망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오빠 얼굴을 볼까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16일 오전 개별상봉에서 김씨의 숙소인 고려호텔 9층 방에서는 오열이 터져나왔다.
"어떻게 찾아온 길인데 오빠가 죽었다니 흑흑 이를 어쩌나…"
김금자씨는 사촌 여동생으로부터 오빠 어후(73)씨가 2년 전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사촌 금녀(65)씨는 "오빠가 오지 않아 언니가 너무 섭섭해 하기에 어제 함흥에 살고 있는 딸에게 전화로 물어봤는데 이미 2년 전에 고혈압으로 사망했다고 해서 우리도 가슴이 아팠다"며 울먹였다.
금자씨는 "오빠를 만난다는 기대 하나로 허리가 찢어질 듯 아픈 것을 참고 휠체어를 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미 돌아가셨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지난 51년 봄 인민군 입대통지서를 받으면서 헤어진 아내 박태용(71)씨를 다시 만난 최태현(崔泰賢·69)씨,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듣고 싶은 말도 많지만 아내가 말을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내가 다 버리고 남쪽으로 갔는데 혼자 살며 애들 잘 키웠소. 그새 못한 것 조금이라도 보답될까 해서 준비했어"라며 최씨는 서돈짜리 가락지 두개를 아내 손가락에 끼워줬지만 박씨는 아무 말도 없었다.
최씨는 헤어질 때 겨우 네살이던 아들 희영(53)씨와 남동생 태화(67)씨에게도 반지와 시계를 채워주면서 "나를 용서하라"는 말을 계속했다.
○…50년만에 평양에서 만난 아내 유봉녀(75)씨에게 금가락지를 끼워주며 최성록(崔成祿·79)씨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최씨는 "내가 죄인이다. 같이 살지 못하고 이래 50년이나 걸렸으니…"라며 흐느꼈다. 1·4후퇴 때 피신하며 생이별한 아내와 두 딸을 15일 처음 만났지만 그 당시 핏덩이였던 아들은 이미 사망한 후였다.
최씨는 다시 만난 아내에게 목걸이를 걸어주고 "이건 며느리 주려고 준비한 건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와 유씨는 헤어진 후 각각 남과 북에서 재혼했지만 둘 다 지금은 배우자와 사별한 상태이다.
○…"차라리 결혼해 살고 있었으면 했는데…"
분단 50년만에 남편과 상봉한 한재일(韓載一·82)씨의 아내 김순실(金順實·75)씨는 말 대신 눈물로 서러움을 달랬다.
1938년에 한씨와 결혼, 지난 50년 7월 남편이 인민군에 징집돼 생이별한 이후 김씨는 아들 영선(英善·53)씨를 키우며 홀로 살았다.
15일에 이어 16일 고려호텔에서 가족만의 시간을 가진 김씨는 계속 "미안하다"고 말하는 남편에게 아무 말 없이 회한의 눈길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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