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제일은행이 5천억원의 헐값으로 매각됐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거래였다. 제일은행을 깨끗한 은행으로 변신시키기 위해 5조1천억원의 공적 자금을 이미 쏟아부었으며, 앞으로도 예금보험공사가 2-3년간 떠안고 지불해야 할 돈이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5천억원의 헐값으로 뉴브리지에 처분하면서 정부는 '성공적 외자유치', '은행구조 조정의 본보기'라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대우자동차도 8월말쯤 포드자동차에 최종 매각될 것이라고 한다. 매각될 경우 현행 23%에 육박하는 외국업체의 국내시장 잠식률이 최소 10% 이상 추가 상승할 것이거나,매입한 외국업체가 기술이전을 회피할 경우 대우자동차는 단순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국내 부품업계가 붕괴되고,고용불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한국의 많은 우수기업들이 외국에 매각됐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물론 외국자본과 기술이 우리나라에 도입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을 해외에 헐값으로 팔아야만 외국자본이 유입되고 기술이 들어오는가? 단적인 예이지만 제일은행의 경우 유입된 자본보다 유출돼야 할 자본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외매각 협상 과정에서 한국기업이 갖는 노하우,거래처,자산 및 기업비밀들이 외국기업들에 숨김없이 공개되고 있다. 산업스파이까지 동원되는 현실에서 우리는 스스로 기업의 모든 비밀들을 내놓고 매각을 애원하고 있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우리 기업의 경쟁력에 대해 말할 수 있는가?
물론 외국자본들이 들어오도록 여건을 만들고, 자유롭게 안전하게 편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행정규제를 풀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헐값으로 기업들을 넘겨주는 것은 우리 스스로 주인임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기업매각을 앞장서 독려하는 것은 또다른 하나의 관치 기업경영이라 할 것이다.
경북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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