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I -對北 지원에 강제 모금이라니

지난해 북한에 무상 지원된 비료중 민간 모금 부분 4만t(130억원)의 대부분이 정부에 의해 강제 모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지금까지 추진돼온 퍼주기식 대북 지원의 일면을 드러낸 것으로 비판 받을만 하다. 정부는 당초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비료 무상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그 상당부분을 민간모금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예상외로 모금 실적이 부진하자 관련부처 장관이 나서 5대 재벌기업과 4대 공기업을 대상으로 3억~10억원의 지원금을 각각 모금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무언가 남북관계가 정상궤도를 일탈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수 없다.

아무리 남북관계 개선이 시급하다 하더라도 우리 기업도 쪼들리고 있는 터수에 관계장관이 직접 강제모금에 나선다는 것은 납득키 어렵다. 국감자료에서 밝혀졌듯이 모금 대상이 된 일부 공기업에서는 무리한 모금 요구에 대해 '항변'도 했지만 결국 '칼 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의 뜻에 따라 거액을 헌금한 사실은 정부가 얼마나 대북(對北) 일변도로 치우쳐 있는가를 다시한번 느끼게 한다.

준조세 성격의 강제모금은 그동안 여러번 문제가 된바 있다. 그 목적이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데다 조세 법률주의의 원칙에도 맞지 않기때문에 지금같은 민주화 시대에는 당연히 금기돼 마땅한것이다. 더구나 IMF 여파로 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이런 시점에 북한에 비료를 보내기 위한 강제모금이라니 말이 안된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우리 기업은 쓰러져도 인도주의에 입각해서 북한만은 살려야 한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정부는 올들어서도 북한을 상대로 얻는것은 별로없이 '인도주의'를 앞세워 식량 60만t을 선뜻 지원하고 있으니 이런식의 남북관계가 계속되다간 국민들의 대북 피로감이 폭발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갖게된다.

북한은 남북 대화를 진전시키는 한편으로 북한 군을 서울쪽으로 전진 배치시키고 지난 10년간에 통틀어 가장 강도높은 군사훈련을 지난 여름에 실시했다 한다. 미국 국방부의 의회보고서에 따르면 북한군 병력 70만명과 8천문의 대포, 2천대의 전차가 비무장지대 160㎞지점에 배치돼 있고 지금도 지하 탄약고 공사가 진행중이란 것이다. 이처럼 저들은 남북대화와 군사 문제를 분명히 구분해서 이중잣대로 우리를 상대하고 있는판에 우리만은 한반도에 전쟁이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니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치 않을수 없다. 신중하면서도 우리 국민정서도 고려하는 대북 접근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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