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 4연패로 참담하게 패배한 삼성의 김용희 감독이 24일 사퇴했다. 그는 "삼성이 강팀으로 변모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물러난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패장은 변명하지 않았다. 물론 올 시즌 삼성의 지리멸렬한 경기성적에 지휘봉을 잡은 그의 책임도 크겠지만 최근 우리나라 지도층과 상층부의 '책임없는' 행태와 견주어 볼 때 자못 신선한 느낌마저 든다.
최근 우리나라의 돌아가는 현실을 볼 때 가장 헛갈리는 것이 우리가 과연 제대로 된 '인재'에 대한 사회적 의식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우리 사회의 성숙도에서 제대로 된 인재가 나올 수 있을까.
책임부재 공화국
국내외적 요인에 의해 총체적인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 국가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갖고 도덕성과 신뢰성을 겸비한 인물이 나라의 요체(要諦)를 담당하기를 우리는 대망한다.
그것이 리더십과 올바른 정책적 추진력으로 나타나길 우리는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국가 상층부부터 인재들의 역할에 대한 혼란이 존재한다.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대북관계와 외치에 성공하고 노벨평화상을 타는 등 상당한 성과를 올렸기 때문에 이제는 내치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는 담론이 무성하다.
그렇다면 '경제통'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김대중 대통령이 지금까지 '경제'문제에는 방관했기 때문에 경제가 이지경이 된 것일까.
국민 혈세만 흥청망청
이 경우 경제관련 부처를 비롯, 장관들이 지금까지는 '자기책임'으로 소신있게 일하지 않은 데서 오늘의 결과를 자초했고 이제 대통령이 나서면 장관들은 책임이 없다는 말일까.
이에 대한 개념적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 대통령제 아래서 대통령보다 책임의 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분명 장관들도 직분에 상응하는 책임이 있다.
문제는 정치인이나 정부관료 등 사회의 상층부부터 제대로 된 인재들이 적절한 자리에 많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때 보신주의와 복지부동, 부정부패의 고리를 차단하기가 그만큼 쉬울 것이다.
지도층이 모범 보여야
최근에 공개된 국감자료를 보면 지난 한해 국무총리실에서 식사비로 지출한 돈이 5억5천만원에 이르는 등 정부기관에서 흥청망청 쓴 돈이 엄청난 액수에 이르고 있다.
금감원 고위간부가 수뢰의혹을 받는 등 도처에서 부정부패의 악취가 새어 나오고 있다.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공공연하게 '골프예찬론'을 펼쳐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정치인이 군부 독재시절부터 여전히 권력의 정상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IMF위기를 자초한 전직 대통령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법 하지만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젊은 대학생들에게 현 정권의 잘못을 맹공하고 있는 희극적인 일이 연신 벌어지고 있다.
지도층이 자신의 위치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면 나라의 앞날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경제회복을 위한 구조조정을 금과옥조처럼 외고 있지만 이것은 일과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을 요하는 문제다.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고통을 감내하려면 지도층이 먼저 뼈를 깎는 살신성인의 자세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잦은 외유 논란을 빚고 있는 문희갑 대구시장이나 국감에서 지역경제 실상을 축소보고 하기에 급급했던 대구상의, 한국은행 대구지점 등도 본연의 역할과 관련,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마침 김대통령이 지역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둘러 보고 지역경제 회생책을 마련하기 위해 28일 대구를 방문한다고 한다.
이번 방문이 민심을 달래기 위한 상징적인 행사가 아니라 '인재 대망론'을 만족시켜주는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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