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언어폭력 추방캠페인-가정 언어폭력

가출을 두번 경험한 중학생 이모(15)군. 가출 이유를 묻자 잠시 쭈뼛거리던 그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집구석이 싫어서요"라고 내뱉듯 말했다. 이군에 대한 상담 보고서에는 '가정내 부모 불화가 심함'이라고 쓰여 있었다.

퇴학 위기에 놓인 학생들에 대한 특별교육을 맡고 있는 '새천년청소년교실' 김수경(25) 복지사는 "가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의식과 거기에서 나타나는 언어를 보면 욕설은 물론 엄청난 폭력성이 담겨 있어요. 부모가 퍼붓는 언어 폭력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최고의 해악이에요"

'문제아'들은 대부분 말투에서부터 문제부모의 닮은꼴이라는 게 교사들의 얘기다. 학생들이 '동류의식'을 갖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는 '비슷한 말투'. 같은 욕설을 쓰고 언어.비속어를 이해해야 '한 패'로 인정해준다. 그 뿌리는 가정내 언어생활의 왜곡에서 비롯된 경우가 적지 않다.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지속적으로 언어폭력과 구타를 경험한 아이들은 부모를 혐오하고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며 거리를 헤매면서 자칫 불량 청소년이 되기 쉽다. 친구들과의 만남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부모로부터 당한 언어폭력을 꼭같이 행사하며 부모를 닮아가는, 언어폭력의 악순환도 흔히 보게 된다.

언어폭력을 일부 가정의 문제로 여기기 쉽지만 이는 대부분 가정의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직접적인 욕설이나 비난이 아니더라도 부모들이 의미 없이 던지는 말 속에서도 자녀에게 상처를 주는 표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너는 커서 뭐가 될래" "누구를 닮아서 그 모양이냐" 등이 대표적 사례. 조기 교육에 안달이 난 요즘 엄마들이 가장 흔히 쓰는 "넌 그것도 못 하냐"는 표현도 위험하다. 특히 이웃이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나무랄 경우 아이들의 상처는 더욱 크다.

손병조(44) 대구시 교육청 장학사는 "꾸중하는 것보다 한번 잘 했을 때 칭찬하는 긍정적인 태도가 자녀교육의 기본"이라며 "아이들을 대할 때는 표현이나 사용 언어를 늘 의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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