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신화를 넘어서

유명한 남성의 그늘에는 늘 여성이 있다. 제 속으로 울다가 울다가 제 가슴을 쥐어뜯으며 지쳐버린 여성이. 아인슈타인,톨스토이,마르크스,헤세…. 그들의 이름을 말하려는게 아니다. 이미 살아 생전 신화가 돼버린 이들의 이름 뒤에서 스러져간 여성들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다. 그녀들은 천재였다. 너무 일찍 태어나서 한 줄기 빛도 받지 못하고 시들어버린 불운한 시대의 사생아들.

밀레바 마리치 아인슈타인은 1896년 스위스 종합공대에 홍일점으로 입학,'상대성이론', '광양자이론' 등을 아인슈타인과 공동연구했다. 그녀의 지적 우수함에 이끌려 아인슈타인은 밀레바와 결혼했지만 그의 어머니는 그 이유때문에 반대했다. "그 여자는 책이다"라는 것. 재학 중 임신한 그녀는 결국 석사학위 논문도 포기하고 학문의 길에서 멀어지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적 문제의 해결과 그의 착상을 수학적으로 체계화시키는 문제 등에 대해 아내의 도움을 받고 그로 인해 학문적 명성을 거머쥔다. 게다가 매우 사교적이어서 점점 밀레바를 잊어버리게 된다. 반면 밀레바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몸으로 두 아이 양육과 집안의 생계를 책임진다. 피아노교습과 수학지도를 하면서, 둘째아이의 정신질환으로 평생 힘겨워하면서 그녀는 점점 변덕스러워지고 구두쇠로 변해갔다. 아들때문에 20여년을 전전긍긍하던 그녀는 결국 반신불수로 생을 마감했다.

왜 밀레바 마리치는 이런 삶을 살다 죽었는가. 수많은 이유중 나는 한가지에 주목하고 싶다. 여성에게 폐쇄적이었던 대학이란 제도에. 당시의 대학이란 여성배제와 여성의 육체는 불결하다는 철학을 바탕을 깔고 있는 불완전한 제도였다.

우리는 흔히 천재를 남성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제 기억하자. 우리가 걷고 있는 땅밑에서, 한 줄기 햇살도 받지 못한 천재(여성)들의 영혼이 울부짖고 있다는 것을. 대학의 상아탑은 여성의 영혼 위에 세워진 비석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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